면책 뒤 채권을 넘겨받았다는 사람이 소송을 내면서 채무를 알면서 목록에서 뺐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이때 양도 사실과 채무자가 면책 전에 채무를 알았는지는 나누어 보아야 한다. 양도통지를 보냈다는 말만으로 채무자의 인식이 곧바로 증명되는 것은 아니다.
인천지방법원 2016. 10. 7. 선고 2015나54233 판결에서는 백지로 발행한 약속어음의 채권이 양도된 뒤 양수금 청구가 이어졌다. 채무자는 어음을 직접 건넨 상대방의 채권을 목록에 기재했다. 양수인은 채무자가 어음채권을 악의로 누락했다고 다퉜다.
법원은 어음의 수취인과 지급기일 등이 백지여서 행사 여부와 시기를 예상하기 어려웠던 사정을 보았다. 여러 양도통지서는 이사불명이나 수취인불명으로 반송됐고, 면책결정 전에 채권을 행사했다고 볼 자료도 없었다. 제출된 증거만으로 악의 누락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해당 양수금 청구 부분을 각하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 제7호의 악의는 채무자가 면책 전에 채무의 존재를 알았는지에 관한 문제다. 이 판결도 그 증명책임을 주장하는 양수인에게 두었다. 채권양도통지의 효력이 언제 생겼는지와 실제 누락 인식의 증거가 무엇인지는 구별해 확인해야 한다. 통지를 못 받았다고 주장하면 언제나 면책된다는 뜻은 아니다.
양수금 소장과 이전 채권의 원인, 면책 당시 목록, 통지의 발송 · 도달 자료를 시간순으로 맞춰 보자. 이 하급심은 특정 어음의 누락 경위를 판단한 것이며, 양도인과 양수인 중 누구의 파산선고 인식을 기준으로 단서를 적용할지는 판단하지 않았다. 채권이 넘어갔다는 사정만으로 새 빚이 되거나 모든 면책효력이 없어지는 것으로 처리해서도 안 된다. 청구권과 인식의 시점을 실제 자료로 확인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