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승인 뒤 상속집을 경매해 받은 돈을 형제 한 사람이 모아 관리했다. 나는 직접 쓰지 않고 맡기기만 했으니, 그 형제가 돈을 소비해도 내 한정승인은 유지될까. 다른 사람의 행동이라는 이유만으로 끝낼 수 없는 사용 관계가 문제 된 사례가 있다.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은 2020년 7월 21일 선고한 2019나32054 판결에서 두 상속인의 책임 제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각자 받은 배당금을 한 사람의 계좌로 모았고, 이후 월세와 전자결제 충전 등으로 돈이 빠져 상당액이 남지 않은 사안이다.
상속인들은 장례비와 세금, 경매비용에 대부분 썼으므로 부정소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장례비 지출을 입증할 자료가 없었고, 경매비용으로 주장한 돈은 이미 매각대금에서 공제돼 있었다. 비용으로 다시 계산한 내역과 실제 자금 흐름이 맞지 않았다.
돈을 맡긴 상속인도 따로 항변했다. 자신은 보관을 맡겼을 뿐 소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법원은 그 사람에게 부과된 세금이 맡긴 배당금에서 납부된 사실과 다른 사정을 함께 들어, 자기 세금 납부나 임의 소비에 사용할 수 있도록 돈을 넘긴 것으로 판단했다.
따라서 이 판결은 형제가 부정소비하면 다른 상속인도 자동으로 책임진다는 사례가 아니다. 맡긴 사람 자신의 돈이 어떤 용도로 사용됐고 그 관계를 어떻게 평가할지가 중요했다. 상속재산파산 선고도 있었지만, 법원은 부정소비에 따른 단순승인 예외를 적용했다.
배당표와 공제 내역, 형제 사이 이체자료 및 실제 지출증빙을 대조하자. 세금의 성격에 관한 이 판결의 설명을 모든 청산세금에 확대할 일도 아니다. 돈을 누구에게 보냈는지만 표시하지 말고 보관 목적, 사용 권한과 실제 사용처를 남겨야 한다. 잔액이 줄었다는 사실만으로 부정소비를 단정할 수 없는 경우와, 소비 및 사용 관계가 증명된 경우를 구별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