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출한 예금을 목록에 현금 대신 예금채권으로 적었다면

한정승인을 신고하기 전에 고인 계좌를 해지했다면, 목록에 인출액을 현금으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고의 누락이 될까. 재산을 아예 숨긴 경우와, 같은 돈을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어떤 항목에 표시했는지는 구별해야 한다.

부산지방법원은 2021년 1월 20일 선고한 2020나52115 판결에서 고인의 예금 2만 원을 인출한 사안을 다뤘다. 채권자는 한정승인 신고 당시 이미 인출된 돈인데 예금채권으로 적었고 현금으로 쓰지 않았다며 단순승인을 주장했다.

법원은 상속재산목록의 기준 시점을 먼저 보았다. 고인이 사망할 때에는 그 돈이 인출되기 전이었다. 해당 상속인이 목록에 예금채권으로 기재한 것은 재산목록에 기입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돈을 기재했다는 사실과 인출 뒤 보관 상태의 표시는 나누어 본 것이다.

이 판단이 예금 인출이나 소비를 언제나 허용한다는 뜻은 아니다. 법원은 돈을 보관 중이라는 주장과 실제 소비를 단정하기 어려운 사정도 살폈다. 나아가 소비했더라도 이 사건에서는 공고비용이나 장례비에 지출하거나 사후 충당한 것으로 보았다.

다른 공동상속인들이 해당 예금채권을 적지 않은 부분도 별도로 판단했다. 인출에 동의했다는 증거가 없었고, 비용으로 사용된 줄 알았거나 매우 소액이어서 존재를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 등을 들어 채권자를 해칠 의사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았다. 2만 원 이하라면 목록에서 빼도 된다는 금액 기준을 만든 것은 아니다.

사망 당시 잔액증명과 이후 거래내역, 제출한 재산목록 및 비용 증빙을 함께 정리하자. 예금이 현금으로 바뀐 경위를 설명하는 자료는 여전히 필요하다. 이 사례를 근거로 현재 잔액만 적거나 인출액을 통째로 누락하기보다, 사망 당시 재산과 이후 자금 이동이 같은 돈임을 확인할 수 있도록 남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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