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을 받을 사람이 불안해한다는 이유로 유언자에게 앞으로 유언을 바꾸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더라도, 그 각서로 유언의 철회권을 없앨 수는 없다. 민법 제1108조 제1항은 유언자가 언제든 유언이나 생전행위로 전부 또는 일부를 철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제2항은 그 철회할 권리를 포기하지 못한다고 명시한다.
이 규정은 단지 새 유언장을 쓸 수 있다는 설명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지금의 유언이 마지막 결정이라고 스스로 약속했더라도 앞으로 철회할 권리 자체는 남는다는 뜻이다. 받을 사람이 그 약속을 믿었다거나 가족 전원이 각서에 서명했다는 사정만으로 제2항이 허용하지 않는 철회권 포기가 유효해지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집을 자녀에게 유증한다고 써 두면서 별지에 다시는 바꾸지 않는다고 적은 경우를 생각해 보자. 자녀가 보관한 각서와 유언장이 있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뒤에 한 적법한 철회를 무시할 권한이 생기지는 않는다. 먼저 볼 것은 옛 약속의 강한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나중에 어떤 유언이나 생전행위가 이루어졌는지다.
자료를 모을 때는 유언서와 철회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분리하고, 뒤에 작성한 유언이나 재산 처분 서류가 있는지도 확인한다. 각서의 서명이나 도장이 진짜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과 그 안의 철회권 포기가 법률상 허용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서로 다르다. 진정하게 쓴 문서라도 법이 포기하지 못하게 한 권리를 없애는 효력까지 갖는 것은 아니다.
다만 문서에 유언 외의 약정이 함께 적혀 있다면 각 문구의 법적 성격을 나누어야 한다. 이미 이루어진 재산 이전이나 별도 계약까지 유언 철회권 규정 하나로 모두 무효라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이번 판단은 유언을 철회할 권리를 미리 포기시킬 수 있느냐에 한정된다. 가족의 약속을 확실히 남기려는 목적이 있다면 무엇을 약속했는지부터 구체적으로 구별해야 그 약속에 없는 효력을 기대하지 않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