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으로 주기로 한 집을 생전에 팔았다면

유언장에는 집을 주겠다고 적혀 있는데 유언자가 생전에 그 집을 팔았다면, 수증자는 유언장만 들고 매수인에게 집을 달라고 할 수 있는지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 민법 제1109조는 유언 뒤의 생전행위가 유언과 저촉되는 경우 저촉되는 부분의 유언을 철회한 것으로 본다. 유언을 써 두었다고 그 재산의 생전 처분이 묶이는 것은 아니다.

가령 집을 특정인에게 유증한다는 유언 뒤 그 집을 다른 사람에게 매도하고 소유권까지 이전한 상황을 보자. 사망하면 그 집을 넘겨주라는 지시와, 생전에 다른 사람의 소유로 넘기는 행위는 같은 집에 관해 함께 실현되기 어렵다. 별도 철회 유언장을 찾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 이전 유언을 그대로 집행할 수 있다고 해서는 안 된다.

여기서는 사망 뒤 등기부만 떼는 것으로 끝내지 말고 유언 작성일과 매매계약 체결일, 소유권이전등기 접수일을 순서대로 놓아야 한다. 법이 문제 삼는 것은 유언 후의 행위와 저촉 여부이므로, 유언 전에 이미 판 집을 다시 유증한 경우와 구별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매계약서의 목적물과 유언장에 적힌 집이 같은지, 전체 지분을 판 것인지 일부만 판 것인지도 읽어야 철회 범위를 가를 수 있다.

단순히 매물로 내놓았거나 중개업소와 상담했다는 사실은 매매를 체결하고 이전한 상황과 같지 않다. 계약이 해제되거나 취소된 경위가 있다면 계약서 한 장만으로 처분이 끝났다고 전제할 수도 없다. 현재의 권리 상태와 처분행위의 효력을 확인하면서, 유언의 어느 부분과 실제로 충돌하는지 판단해야 한다.

집을 팔고 남은 대금이 통장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돈을 원래 수증자에게 주기로 한 유언까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유언에 매각대금이나 다른 재산으로 대신 준다는 내용이 있는지 별도로 읽어야 한다. 특정 집의 유증, 그 집의 생전 매각, 남은 대금의 귀속을 한 덩어리로 처리하면 유언에 적히지 않은 급부를 새로 만들어 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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