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한 전에 갚겠다면 상대 이익도 고려해야 할까

약속한 날짜보다 먼저 채무를 이행하겠다고 하면 상대방도 무조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민법 제153조 제1항은 기한이 채무자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추정한다. 제2항은 기한의 이익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상대방의 이익을 해하지 못한다고 정한다. 조기 이행을 원한다는 말만으로 약정된 모든 조건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한의 이익은 정해진 때까지 이행을 미룰 수 있는 이익과 관련된다. 가상의 거래에서 정해진 날짜에 물품을 넘기기로 했는데 인도할 사람이 당장 넘기겠다고 한다고 하자. 먼저 그 날짜가 누구를 위해 어떻게 정해졌는지 계약 전체에서 확인한다. 제153조가 추정 규칙을 두었다는 사실과 모든 계약에서 기한이 오직 채무자만을 위한 것이라고 확정하는 것은 다르다. 상대방에게도 그 기한을 유지할 이익이 있는 상황이라면 포기가 그 이익을 해치는지 살펴야 한다.

계약서의 이행일과 수령 조건은 언제 어떤 상태로 이행하기로 했는지 보여 준다. 협의 과정과 상대방 회신은 조기 이행을 받아들이는지, 기한을 둔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확인하는 자료다. 창고나 수령 장소에 관한 준비 자료 등도 약정의 내용에 따라 기한과 상대방 이익의 관계를 설명하는 데 쓰일 수 있다. 다만 특정 준비 비용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모든 경우에 조기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따라서 기한을 앞당기려면 원래의 이행 조건과 조기 이행안, 상대방이 유지하려는 이익을 나누어 정리한다. 상대방이 동의했다면 날짜만 바꾸는 것인지 비용이나 다른 조건도 조정하는지 문서에 드러나야 한다. 금전 대여나 금융상품에는 약정과 별도 법률에 따른 문제도 있으므로 제153조만으로 중도상환 비용이나 이자를 모두 없앨 수 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 글의 기준은 기한 이익의 포기는 가능하되 상대방의 이익을 해칠 수 없다는 것이다. 단순히 일찍 이행하면 더 좋다는 생각보다 기한을 둔 목적과 변경 조건을 먼저 맞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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