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에 관한 의사표시를 통지한 사람이 그 뒤 사망했다면, 상대방에게 도착하기 전에 사망했다는 이유로 통지가 모두 효력을 잃는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민법 제111조 제2항은 의사표시자가 통지를 발송한 뒤 사망하거나 제한능력자가 돼도 의사표시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정한다. 발송 후 생긴 사정과 통지 자체의 효력을 구별해야 한다.
그렇다고 발송한 순간 언제나 효력이 생긴다는 뜻은 아니다. 제1항은 상대방이 있는 의사표시가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 효력이 생기도록 한다. 가상의 사례로 계약 관계를 정리하기 위한 적법한 통지를 발송한 뒤 발신자가 사망했다면, 발송 이후의 사망이 있다는 사실과 통지가 실제로 도달했는지를 각각 확인해야 한다. 사망이 효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규정이 도달 요건을 없애 주는 것은 아니다.
자료도 두 갈래로 읽는다. 통지서 원문은 누가 어떤 계약에 관해 무슨 의사를 표시했는지, 발송 기록은 그 통지를 언제 보냈는지를 보여 준다. 수령과 전달에 관한 자료는 상대방에게 도달했는지를 검토하는 데 쓰이고, 사망 자료는 발송과 사망의 선후관계를 확인하게 한다. 통지서에 적힌 작성일만으로 실제 발송 시점을 대신하거나, 우편을 접수했다는 사실만으로 도달까지 모두 증명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먼저 통지의 내용과 발송 시점, 발송 후 사정, 도달 경과를 시간순으로 놓아야 한다. 제111조 제2항은 발송 뒤의 사망 등에 관한 규정이므로 발송 전부터 본인이나 대리인의 권한에 문제가 있었던 상황까지 해결하는 문장으로 넓혀 읽지 않는다. 또 해제나 해지 등 통지 내용 자체에 필요한 법적 요건이 갖춰졌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이 규정만으로 근거 없는 해지 통지가 유효해지는 것은 아니다. 발신자가 사망했다는 이유로 통지를 무시하거나 발송만으로 모든 절차가 끝났다고 생각하기보다, 이미 표시한 의사의 내용과 도달 여부를 구분해 남은 계약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