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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대표소송, 이사에게 책임을 묻는 길

들어가며

이 글의 요약

2025년 7월 이사 충실의무에 ‘주주’가 더해지면서, 그 위반을 묻는 주주대표소송(상법 제403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비상장회사는 1%, 상장회사는 6개월 보유 0.01% 이상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이사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다만 그 앞에는 경영판단원칙이라는 벽이 있다. 법원이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보는 까닭에, 위반을 입증해도 면책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통계로 본 인용률은 낮고, 다중대표소송은 도입 5년이 되도록 선고된 판결이 확인되지 않는다.

비상장 가족법인에서 1% 요건은 사실상 문턱이 아니다. 결정할 때마다 절차를 지키고 그 과정을 이사회 의사록에 남기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대비다.

2025년 6월, 태광산업이 보유하던 자기주식 전량을 교환 대상으로 약 3,186억 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자사주 24.41%, 27만 주가 넘는 물량이었다.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 곧바로 가처분을 냈다. 이 발행이 지배주주에게 우호적인 쪽으로 자기주식을 넘기는 효과를 낸다는 이유였다. 근거로 든 조항 가운데 하나가, 두 달 전 시행된 개정 상법 제382조의3 제2항의 ‘총주주 이익 보호’ 의무였다.

1심은 회사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은 2025년 9월 10일, 이사는 주주 전체의 정당한 이익을 보호하면 되는 것이지 개별 주주의 요청에 따라 일할 의무까지 지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가처분을 기각했다. 개정 충실의무가 법정에서 처음 다뤄진 사건이었다.

트러스톤은 항고했지만, 항고심 판단이 나오기 전인 그해 11월 태광산업이 교환사채 발행을 스스로 거둬들였다. 다툴 실익이 사라지자 가처분도 취하됐다. 결국 개정 충실의무를 정면으로 판단한 결정은 나오지 않은 채 사건이 끝났다.

지난 편에서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가 더해졌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렇다면 이사가 그 의무를 어겼을 때, 주주는 어떻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가장 대표적인 길이 주주대표소송이다. 이번 글에서는 그 절차와, 그 앞을 가로막는 경영판단원칙을 정리한다.

1. 회사가 나서지 않으면, 주주가 대신 나선다

이사가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면, 그 책임을 묻는 일은 원래 회사의 몫이다. 상법 제399조는 이사가 고의나 과실로 법령이나 정관을 어기거나 임무를 게을리해 회사에 손해를 입힌 경우 배상 책임을 진다고 정한다. 이사회 결의로 한 일이라면 찬성한 이사도 함께 책임지고, 의사록에 이의를 남기지 않은 이사는 찬성한 것으로 본다.

그런데 손해를 끼친 이사가 여전히 회사를 좌우하고 있으면, 회사가 그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 리 없다. 책임을 물어야 할 사람이 책임을 물을 권한까지 쥐고 있으니, 그냥 두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상법은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소송을 낼 수 있게 했다. 이것이 제403조 주주대표소송이다. 주주가 회사의 이름으로 이사에게 책임을 묻고, 이긴 결과는 회사로 돌아간다. 배상금을 주주 개인이 받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부분이 있다. 주가가 떨어져 주주가 본 손해, 이른바 간접손해는 대표소송으로 다투는 것이 아니다. 대표소송은 어디까지나 회사가 입은 손해를 회사에 되돌리는 절차다. 주주 개인이 직접 입은 손해는 제401조라는 다른 조항으로 다툰다. 실무에서 이 둘을 섞으면 출발부터 어긋난다.

하나 덧붙이면, 대표소송이 이미 난 손해를 사후에 따지는 길이라면, 손해가 나기 전에 막는 길도 있다. 제402조 유지청구권이다. 이사가 법령이나 정관을 어긴 행위로 회사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날 우려가 있을 때, 감사나 1% 이상 주주가 그 행위를 멈추라고 청구할 수 있다. 앞서 본 태광산업 가처분이 바로 이 사전 차단에 해당한다.

2. 주주대표소송, 절차는 이렇다

제403조가 정한 절차는 간단하지만 단계가 분명하다.

먼저 지분이다. 비상장회사는 발행주식총수의 1% 이상을 가진 주주가 회사에 이사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내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 상장회사는 따로 특례가 있어서, 6개월 전부터 0.01% 이상을 가지고 있던 주주에게도 같은 권리를 준다(제542조의6 제6항).

이 두 요건은 하나만 채우면 된다. 상장회사 주주가 6개월을 못 채웠더라도 1% 이상을 가지고 있으면 일반 규정으로 소송을 낼 수 있다. 제542조의6 제10항이 상장회사 특례가 일반 규정에 따른 소수주주권 행사를 막지 않는다고 분명히 해 두었다.

제소 절차 3단계

① 서면 청구 — 주주는 먼저 회사에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소를 제기하라고 청구한다. 그 이유를 적은 서면으로 해야 하고, 말로는 안 된다.

② 30일 대기 — 회사가 청구를 받고 30일 안에 소를 내지 않으면, 그때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직접 소를 낸다.

③ 즉시 제소 — 30일을 기다리면 회사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낼 수 있다.

소송을 낸 뒤 지분이 1% 밑으로 떨어져도, 주식을 완전히 다 팔지만 않았다면 소송은 그대로 유효하다. 소송 도중 지분을 조금 처분했다고 해서 소가 무너지지는 않는다.

또 하나, 일단 시작된 대표소송은 취하하거나 화해로 끝내려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제403조 제6항). 원고 주주가 피고 이사와 뒤에서 적당히 합의하고 소송을 접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회사를 위한 소송이니, 끝맺는 일도 회사 이익의 관점에서 법원이 들여다본다.

무분별한 소송을 막는 장치도 있다. 법원은 피고나 회사의 신청을 받아 원고에게 상당한 담보를 제공하라고 명할 수 있는데, 신청하는 쪽이 그 소송이 악의로 제기된 것임을 소명해야 한다. 관할은 회사 본점이 있는 곳의 지방법원으로 정해져 있어, 당사자가 합의로 다른 법원을 고를 수 없다.

이긴 주주는 소송에 들인 비용 가운데 상당한 금액을 회사에서 돌려받을 수 있고(제405조 제1항), 정당하게 다투다 졌다면 회사에 손해를 배상할 책임은 지지 않는다(같은 조 제2항).

다만 현실의 비용은 따로 따져봐야 한다. 소송을 내려면 청구액에 맞는 인지대와 변호사 비용을 본인이 먼저 낸다. 이겨도 회사에서 돌려받는 것은 ‘상당한 금액’이라, 법원이 깎아서 인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졌을 때 회사에 대한 책임은 면하더라도, 상대방 소송비용을 일부 물거나 자기 변호사 비용을 못 건지는 위험은 그대로 남는다. 담보제공명령이 떨어지면 적지 않은 돈을 미리 맡겨야 할 수도 있다. 그러니 소송을 내기 전에 들일 돈과 받을 돈을 한 번 가늠해 보는 편이 좋다.

3. 다중대표소송 —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여기까지는 한 회사 안의 이야기다. 손해가 자회사에서 났고 그 자회사를 모회사가 거의 다 가지고 있다면, 자회사 이사를 견제할 주주가 모회사밖에 없다. 모회사가 가만있으면 아무도 책임을 묻지 못한다. 모회사 주주로서는 자회사가 부실해질수록 자기 주식 가치도 떨어지는데, 정작 그 자회사 이사에게는 손을 댈 수 없는 셈이다.

이 빈틈을 메우려고 2020년 말 다중대표소송이 생겼다(제406조의2, 시행 2020년 12월 29일). 모회사 발행주식총수의 1% 이상을 가진 주주가 자회사 이사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청구할 수 있고, 자회사가 30일 안에 응하지 않으면 직접 소송을 낸다. 청구한 뒤 모회사의 자회사 지분이 50% 아래로 줄어도 소송은 유효하다. 관할은 모회사가 아니라 책임을 추궁당하는 자회사 본점 소재지의 지방법원이다.

상장회사 특례는 다르다. 모회사가 상장사라면 6개월 보유에 더해 발행주식총수의 0.5% 이상이 필요하다(제542조의6 제7항). 일반 대표소송의 0.01%와 헷갈리기 쉬운데, 다중대표소송은 0.5%로 더 높다.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직접 겨누는 만큼 문턱을 더 둔 것이다.

구분지분 요건보유 기간근거
비상장 대표소송1% 이상없음제403조
상장 대표소송 특례0.01% 이상6개월제542조의6 제6항
다중대표소송 (모회사 비상장)모회사 1% 이상없음제406조의2
다중대표소송 (모회사 상장)0.5% 이상6개월제542조의6 제7항

다만 이 제도가 실제로 쓰인 적은 거의 없다. 경제개혁연구소가 전수조사한 바로는, 2020년 말 도입 이후 2025년 9월까지 다중대표소송으로 선고된 판결이 확인되지 않았다. 5년 가까이 본안 판결 사례가 잡히지 않은 것이다. 제소 요건과 자회사 범위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 활용을 막는 이유로 꼽힌다.

비상장 가족법인 자문에서 이 조항이 곧장 문제 되는 경우는 아직 드물다. 다만 지주회사 아래 자회사를 두는 구조, 부모가 모회사를 갖고 자녀들이 자회사 지분을 나눠 갖는 식의 구성이라면, 언젠가 쓰일 수 있는 통로로 남아 있다.

4. 경영판단원칙 — 위반을 입증해도 면책되는 이유

절차를 갖춰 소송을 냈다고 해서 이사가 곧바로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 그 앞에 경영판단원칙이 있다.

먼저 분명히 해 둘 것이 있다. 경영판단원칙은 상법에 적힌 조항이 아니다. 이사 책임의 근거는 제399조이고, ‘경영판단’이라는 말이나 그 면책 요건을 정한 조문은 따로 없다. 미국 판례에서 나온 법리를 우리 대법원이 이사의 선관주의의무(상법 제382조 제2항, 민법 제681조 준용)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틀로 받아들인 것이다. 법에 박힌 규정이 아니라, 법원이 이사의 재량을 존중하기 위해 세워 온 판례 법리다.

이 법리를 가장 널리 인용되는 형태로 정리한 것이 대법원 2007년 10월 11일 선고 2006다33333 판결이다.

경영판단원칙의 면책 틀 (대법원 2006다33333)

이사가 ① 충분히 알아보고, ② 그것을 근거로 회사에 가장 이롭다고 합리적으로 믿고, ③ 성실하게 내린 판단이라면, 나중에 회사가 손해를 보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반대로, 이런 과정 없이 막연한 기대만으로 내린 결정은 보호받지 못한다.

그 요지를 풀면 이렇다. 관계회사의 부도를 막아 주면 회사 신용에도 좋으리라는 두루뭉술한 생각만으로 자금을 댄 경우는 보호받지 못한다. 이 법리는 대법원 2010년 1월 14일 선고 2007다35787 판결에서 다시 확인됐다.

근래에는 한 가지가 더 붙었다. 대법원 2023년 3월 30일 선고 2019다280481 판결은, 경영판단을 정당화하는 이익은 회사가 실제로 얻을 가능성이 있는 구체적인 것이어야지 막연한 기대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봤다. 이 판결이 인용한 충실의무 조항은 2025년 개정 전의 것이라, 개정된 충실의무를 직접 적용한 판결은 아니라는 점은 짚어둔다.

위반을 입증하기 어려운 이유는 여기에 있다. 법원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본다. 손해가 났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충분히 알아보고, 회사에 이롭다고 믿을 만한 근거 위에서, 성실하게 판단했다면 결과가 빗나가도 책임을 면한다. 결과만 놓고 이사를 탓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책임을 묻는 주주로서는 넘기 어려운 벽이 된다.

충실의무가 주주에게까지 넓어진 지금도 이 벽은 그대로 서 있다. 법무부가 2026년 2월 내놓은 가이드라인도, 경영판단원칙이 개정된 주주 보호 충실의무에도 적용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다만 주주 사이에 이해가 충돌하는 거래라면 더 엄격하게 따진다고 본다. 이 가이드라인이 법원을 구속하지는 않고, 판례가 쌓이기 전 단계의 참고 기준이라는 점도 함께 적혀 있다.

5. 충실의무가 넓어졌다고, 책임 묻기가 쉬워졌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은 그렇게 보기 어렵다.

경제개혁연구소의 전수조사가 그 점을 보여준다. 1997년부터 2025년 9월까지 약 28년간 선고된 주주대표소송 판결은 모두 294건, 그 가운데 상장회사 사건은 63건뿐이었다. 최근 분석 기간(2018년 1월부터 2025년 9월까지)의 상장사 사건은 최종심 기준 21건, 연평균 3건 정도다. 본안에서 다툰 168건의 인용률은 약 34.5%로, 일반 민사 1심 승소율(단독사건 약 90%, 합의부 약 60%)보다 낮다. 금액으로 보면 차이가 더 크다. 청구된 5조 6,683억 원 가운데 실제 인용된 금액은 약 3,149억 원, 5.6%에 그쳤다.

숫자로 본 주주대표소송 (경제개혁연구소 전수조사)

판결 건수 — 1997년 이후 약 28년간 294건. 상장사는 63건뿐.

인용률 — 본안 168건 기준 약 34.5%. 일반 민사 1심 승소율(단독 약 90% · 합의부 약 60%)보다 낮다.

인용 금액 — 청구 약 5조 6,683억 원 가운데 약 3,149억 원, 5.6%.

다중대표소송 — 2020년 말 도입 후 2025년 9월까지 선고 판결 확인되지 않음.

같은 보고서는 그 이유로 입증의 어려움을 든다. 회사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여주는 자료는 대부분 회사와 이사 쪽에 있다. 주주가 임무해태를 입증하려 해도 증거가 한쪽에 쏠려 있다. 거기에 경영판단원칙이라는 벽까지 더해진다.

충실의무가 넓어졌다고 이 그림이 단번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같은 보고서는 그동안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명확히 갈라보지 않은 채 양쪽 모두에 경영판단원칙을 적용해 왔다고 본다. 조문은 2025년 7월에 바뀌었지만, 법원이 이사의 판단을 존중해 온 태도가 그 짧은 사이에 달라졌다고 볼 근거는 아직 없다.

앞서 본 태광산업 1심도 같은 흐름이었다. 법원은 충실의무를 ‘주주 전체의 정당한 이익’ 보호로 좁게 읽고 경영판단을 존중했다. 다만 그 사건은 가처분이었지 본안 판결이 아니었고, 항고심은 회사가 발행을 거둬들이면서 판단 없이 끝났다. 개정 충실의무에 대한 확정된 해석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지금은 제도만 갖춰진 단계다. 실제로 벽이 낮아졌는지는 본안 판결이 몇 건 쌓여야 드러날 텐데, 빨라야 1~2년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6. 비상장 가족법인이라면

여기까지는 상장사와 행동주의 펀드의 이야기였다. 정작 자문에서 자주 만나는 회사는 주주가 가족 몇 사람뿐인 비상장 법인이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가 가족법인과 무슨 상관일까.

상관이 적지 않다. 상장사에서 0.01%가 문턱이라면, 비상장 법인에서 1%는 사실상 문턱이 아니다. 가족법인 주주는 보통 몇 %에서 수십 %씩 가지고 있어, 1%를 못 넘는 주주를 찾기가 오히려 어렵다. 사이가 틀어진 형제, 증여로 주식을 받은 자녀, 갈라선 동업자 가운데 한 사람이 마음먹으면 회사 이름으로 대표를 상대로 소송을 걸 수 있다. 그 대표가 회사를 일군 본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장사에서 소송을 거는 쪽이 외부 펀드나 소액주주라면, 가족법인에서는 대개 안에 있는 사람이다. 평소 한 식구처럼 굴러가던 회사도 상속이나 세대교체로 주주 사이가 벌어지면, 지난 이사회 결의 하나하나가 다시 들춰진다.

이때 이사를 지키는 것은 ‘좋은 결정’이 아니라 ‘좋은 절차를 밟았다는 기록’이다. 경영판단원칙이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본다고 했으니, 충분히 알아봤고 합리적인 근거 위에서 성실히 판단했다는 흔적이 남아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자문에서 이사회 의사록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된다. 위험은 늘 비슷한 자리에서 생긴다.

이사회 의사록 — 자주 생기는 위험

회의 없이 의사록만 만드는 경우 — 실제로 회의가 열리지 않았는데 결의가 있었던 것처럼 의사록만 만들면, 그 결의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어차피 대주주가 동의했을 일”이라는 사정만으로는 결의가 있었다고 쉽게 인정되지 않는다.

형식만 갖춘 의사록 — ‘전원 찬성으로 가결’이라는 한 줄만 남은 의사록은 사후에 이사를 지키는 데 한계가 있다. 어떤 쟁점이 논의됐고, 어떤 이견이 있었으며, 무엇을 근거로 어떤 대안을 검토해 그 결론에 이르렀는지가 남아 있어야 한다.

소집통지 누락 — 주주 일부에게 소집통지가 빠지면 결의의 효력이 흔들릴 수 있다. 가족회사라고 통지 절차를 생략하면, 사이가 틀어진 날 그 생략이 빌미가 된다.

개정 충실의무가 더해진 지금은 한 가지가 더 붙는다. 종래의 절차적 정당성에 더해, 그 결의가 총주주에게 이로운지, 주주를 공평하게 대했는지를 의사록에 함께 남겨두는 흐름이다. 배당을 특정 주주에게만 유리하게 정하거나, 신주를 누군가에게 싸게 발행하거나, 자기주식을 특정인에게 넘기는 결의라면 더욱 그렇다.

임원배상책임보험(D&O 보험)도 빼놓을 수 없다. 시장은 이미 숫자로 반응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국내 손해보험사의 D&O 보험 계약은 2013년 200건에서 2023년 1,645건으로 10년 사이 여덟 배 넘게 늘었고, 상장사 가입 비중도 같은 기간 21%에서 75%로 올라섰다. 충실의무가 주주로 넓어지면서 임원을 상대로 한 소송 가능성이 커졌고, 회사가 이에 대비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다만 이 흐름은 아직 대형 상장사와 금융회사 중심이다. 비상장 가족법인까지 퍼진 단계는 아니다. 그래서 자문에서도 이 점을 솔직하게 말한다. 지금 당장 모두가 들어야 할 보험은 아니지만, 주주가 둘 이상이고 사이에 갈등의 소지가 있는 법인이라면, 임원 변경 등기나 큰 사업 결정을 할 때 한 번쯤 검토해 둘 만하다.

지난 편에서 다룬 자기주식 소각이나 합병 단주 처리도 결국 같은 자리로 모인다. 그 결의 하나하나가 주주가 둘 이상인 회사에서는 훗날 책임을 따지는 자리가 될 수 있다. 절차를 갖추고 그 과정을 남겨두는 일이, 멀리 보면 가장 싼 대비다.

마치며

주주대표소송은 새로 생긴 제도가 아니다. 제403조는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 2025년 7월 이사 충실의무에 ‘주주’가 더해지면서, 그 위반을 따질 통로로서 다시 주목받게 됐을 뿐이다.

그러나 통로가 또렷해진 것과 그 통로로 실제 책임을 묻는 것은 다른 문제다. 경영판단원칙은 충실의무가 바뀐 뒤에도 같은 자리에 서 있다. 법무부는 이해가 충돌하는 거래에서 더 엄격한 절차를 요구하는 쪽으로 보지만, 대법원 본안 판결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낮은 인용률, 한쪽으로 쏠린 증거, 아직 한 건도 없는 다중대표소송 판결까지 — 제도는 갖춰졌어도 실제로 책임을 묻기까지는 길이 멀다.

어느 쪽으로 기울지는 앞으로 쌓일 판결이 정할 것이다. 그때까지 비상장 가족법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하다. 결정할 때마다 절차를 지키고, 그 과정을 의사록에 남기는 것이다. 거창한 대비가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대비다.

자주 묻는 질문

Q. 주주대표소송은 주식을 얼마나 가져야 낼 수 있나요?

비상장회사는 발행주식총수의 1% 이상이면 됩니다. 상장회사는 특례로 6개월 이상 계속 보유한 0.01% 이상 주주도 가능합니다. 두 요건은 하나만 충족하면 되어서, 상장회사 주주가 6개월을 못 채웠더라도 1% 이상을 가지고 있으면 일반 규정으로 소송을 낼 수 있습니다.

Q. 회사에 알리지 않고 바로 이사를 상대로 소송할 수 있나요?

원칙적으로는 안 됩니다. 먼저 회사에 이사의 책임을 묻는 소를 제기하라고 그 이유를 적은 서면으로 청구해야 하고, 회사가 30일 안에 소를 내지 않으면 그때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직접 소를 냅니다. 다만 30일을 기다리면 회사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낼 수 있습니다.

Q. 주주대표소송에서 이기면 배상금은 누가 받나요?

회사가 받습니다. 주주대표소송은 회사가 입은 손해를 회사에 되돌리는 제도여서, 이기더라도 배상금은 소송을 낸 주주 개인이 아니라 회사로 들어갑니다. 다만 이긴 주주는 소송에 들인 비용 가운데 상당한 금액을 회사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경영판단원칙 때문에 이사가 면책된다는데, 무슨 뜻인가요?

경영판단원칙은 상법에 적힌 조항이 아니라 법원이 세워 온 판례 법리입니다. 이사가 충분히 알아보고, 회사에 이롭다고 합리적으로 믿고, 성실하게 내린 판단이라면 결과적으로 회사에 손해가 났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법원이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본다는 점이 핵심이고, 그만큼 주주가 위반을 입증하기 어려운 벽이 됩니다.

Q. 주주가 가족뿐인 비상장 법인도 주주대표소송과 관련이 있나요?

있습니다. 비상장 가족법인에서 1% 지분 요건은 사실상 문턱이 아닙니다. 가족 주주는 보통 몇 %에서 수십 %씩 가지고 있어서, 사이가 틀어진 형제나 증여로 주식을 받은 자녀 한 사람이 회사 이름으로 대표를 상대로 소송을 걸 수 있습니다. 평소 이사회 결의 때 절차를 갖추고 그 과정을 의사록에 남겨두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대비입니다.

전문가 상담이 필요하신가요?

이 글에서 다룬 주주대표소송과 비상장 가족법인의 이사회 의사록 실무에 대해 구체적인 사안 검토가 필요하시면, 법무사가 정확한 법률 검토를 도와드립니다. 각 사안의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적용 법리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개별 상담을 권해 드립니다.

법무사 김재성
HP 010-5727-8000
대한법무사협회 등록(등록번호 : 제6509호)
소속 : 대전세종충남지방법무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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