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빚이 많아도 상속포기를 채권자가 취소할 수 있을까

본인에게 빚이 많고 부모가 재산을 남겼다면, 내 채권자는 내가 상속을 포기하지 못하게 할 수 있을까. 고인의 채권자가 상속채무를 청구하는 문제와 구별해야 한다. 여기서는 상속인 자신의 채권자가 포기 자체를 사해행위라며 취소할 수 있는지가 질문이다.

대법원은 2011년 6월 9일 선고한 2011다29307 판결에서 상속포기는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사건에서는 빚이 있던 자녀가 어머니 사망 뒤 포기를 신고했고, 나머지 상속인들이 그 자녀를 빼고 부동산을 나눴다. 채권자는 자기 채무자의 몫이 빠졌으므로 분할을 취소해 달라고 청구했다.

민법 제406조 제1항은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에 대한 채권자취소를 정한다. 대법원은 상속포기가 단순히 재산 한 건을 넘기는 행위가 아니라, 피상속인과 다른 상속인 사이의 관계를 고려해 상속인 지위 자체를 없애는 인적 결단이라고 보았다. 이 조문의 재산권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상속인 자격을 채권자와 상대방 사이에서만 달리 취급하면 여러 관계자의 상속관계가 복잡해지는 점도 고려했다. 채권자가 장차 상속재산에서 받을 것을 기대했더라도, 포기가 채무자인 상속인의 현재 재산을 더 나쁘게 만들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채권자의 상고를 기각했다.

다만 가족끼리 재산을 받지 않기로 한 분할협의를 모두 이 판결의 포기와 같게 볼 수는 없다. 민법 제1041조가 정한 법원 신고와 실제 수리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 사건도 포기 신고가 적법하게 수리돼 제1042조의 소급효가 발생한 상황이었다. 포기가 유효한지와 다른 거래가 취소대상인지도 각각 살핀다.

포기 신고서와 수리심판, 분할협의서 및 등기 경위, 채권자의 실제 청구 내용을 대조하자. 내 재산을 이미 증여한 행위까지 안전하다는 판결은 아니다. 본인에게 파산선고가 있는 때의 별도 재단 규정도 이 일반 사해행위취소 판단만으로 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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