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을 붙인 상속포기, 수리됐어도 효력이 없을까

상속포기서에 ‘어머니가 전부 상속받는 경우에만 포기한다’거나 ‘상속분 절반만 포기한다’고 적었다면, 수리심판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뜻한 효과가 생겼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조건과 포기한 범위를 따로 살펴야 한다.

상속포기는 민법 제1041조에 따라 가정법원에 신고하는 방식으로 한다. 주석 민법 상속 제6판의 제1041조 해설은 포기를 포괄적이고 무조건적으로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조건이나 기한을 붙인 포기는 효력이 없고, 신고가 수리됐더라도 같다고 정리한다. 가족에게 재산이 간다는 전제가 포기의 조건인지 확인해야 한다.

상속분의 일부만 포기하는 신고도 주의해야 한다. 같은 주석은 일부 포기나 조건을 붙인 경우처럼 부적법함이 분명한 신고는 각하한다고 설명한다. 상속재산 가운데 마음에 드는 물건은 남기고 특정 채무만 포기하는 문구를 써서 상속인 지위를 자유롭게 나눌 수 있다고 이해하면 안 된다.

반면 재산목록을 붙였다는 사실만으로 일부 포기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대법원 95다27554 판결은 포기서의 목록을 참고 자료로 예시한 것으로 해석한 원심을 받아들였다. 그 사안에서는 목록에서 빠진 부동산에도 포기의 효력이 미쳤다. 의도적으로 포기 범위를 제한한 것인지, 재산을 설명하려고 예시한 것인지가 다른 문제다.

서류의 작은 흠과 선택 자체를 제한한 문구도 구별해야 한다. 주석은 사소한 흠이 있으면 바로 각하하기보다 보완을 명해 유효한 신고로 처리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렇다고 조건을 지우는 보정만 하면 언제나 처음 접수한 날의 전부 포기로 바뀐다는 결론까지 제시한 것은 아니다. 보정 가능성과 시점의 효과를 임의로 보장해서는 안 된다.

신고서 원문과 첨부 목록, 보정명령 및 수리심판을 함께 대조하자. 가족에게 바란 결과가 무엇이었는지만 말하기보다 법원에 어떤 문구로 포기의 뜻을 표시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수리된 신고의 효력이 문제라면 단순한 철회나 마음의 변경으로 해결된다고 보지 말고, 실제 문구를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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