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건네기 전 한쪽이 파산선고를 받았다면

설명용 가상 사례다. 갑이 을에게 돈을 빌려주기로 약정했고 다음 주에 송금하기로 했다. 아직 돈을 건네지 않았는데 을이 파산선고를 받았다. 갑은 계약서를 썼으니 예정대로 돈을 보내야 하는지 고민한다. 이때는 소비대차의 목적물 인도 전 파산선고에 관한 민법의 규정을 확인해야 한다.

민법 제599조는 대주가 목적물을 차주에게 인도하기 전에 당사자 일방이 파산선고를 받으면 소비대차가 효력을 잃는다고 정한다. 위 사례에서 돈을 빌려주는 갑이 대주이고 빌리는 을이 차주다. 조문은 차주만을 대상으로 쓰지 않고 당사자 일방이라고 정하므로 누가 선고를 받았는지도 사실관계에 맞춰 특정할 필요가 있다.

핵심 시점은 계약서를 작성한 날만이 아니다. 실제 목적물을 인도했는지, 파산선고가 언제 있었는지를 대조해야 한다. 송금을 예약했다는 사정과 상대방에게 돈이 지급되었다는 사실은 구별된다. 은행의 이체 내역과 처리 결과는 아직 교부 전이었는지 확인하는 자료가 된다.

또한 파산을 신청했다는 연락과 파산선고는 같은 사실이 아니다. 을의 사정이 어려워졌거나 신청서가 접수되었다는 말만으로 제599조가 정한 효력 상실을 바로 결론 낼 수는 없다. 파산선고를 확인할 문서에서 당사자와 선고 사실 및 시점을 확인해야 한다.

갑이 준비할 자료는 소비대차계약서, 지급 일정에 관한 합의, 실제 송금 여부를 보여 주는 거래 내역과 파산선고 관련 문서다. 계약서는 어떤 목적물을 언제 교부하기로 했는지를, 거래 내역은 인도 상태를, 선고 문서는 법정 사유와 그 시점을 확인한다. 세 자료가 서로 같은 당사자와 거래를 가리키는지도 맞춰야 한다.

이미 돈을 모두 건넨 뒤의 반환채권 처리나 파산절차에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다른 문제다. 제599조가 인도 전 상황을 정한다는 이유로 기존 대여금이 모두 사라진다고 설명할 수는 없다. 예정 송금을 실행하기 전에는 계약 체결 사실에 더해 실제 인도와 파산선고의 선후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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