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용 가상 사례다. 갑이 을에게 받을 대여금 중 일부를 더는 받지 않기로 했다. 갑은 자기 직원에게 장부를 정리하라고 말했지만 을에게는 구체적으로 알리지 않았다. 단순히 청구를 보류한 것인지 채무 자체를 면제한 것인지 다툼이 생긴다면, 의사를 누구에게 어떤 내용으로 표시했는지가 문제된다.
민법 제506조 본문은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채무를 면제하는 의사를 표시하면 채권이 소멸한다고 정한다. 채권자의 내부 장부 처리와 채무자에 대한 면제 의사표시를 구별해야 하는 이유다.
면제 대상도 명확해야 한다. 원금 전부인지 일부인지, 이자와 지연손해금도 포함하는지 문서 내용을 대조할 필요가 있다. 당분간 독촉하지 않겠다는 말이나 지급기일을 늦추겠다는 말이 언제나 채권을 소멸시키는 면제와 같은 것은 아니다. 을이 어떤 표현을 받았고 앞뒤 협의가 무엇이었는지 함께 읽어야 한다.
갑이 집행 중인 사건이 있다면 추심을 그만두는 조치와 기본채권 면제도 나누어 보아야 한다. 특정 재산에서 돈을 받지 않겠다는 설명만으로 원래 대여금채권까지 없어지는지 결정할 수는 없다. 면제하려는 법률관계와 중단하려는 절차를 문서에서 각각 특정해야 의도와 다른 범위의 포기를 피할 수 있다.
또한 제506조 단서는 면제로 정당한 이익을 가진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정한다. 갑과 을 사이의 의사표시만으로 관련된 다른 사람의 이익까지 모두 없앨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제삼자가 어떤 지위에서 어떤 이익을 갖는지 실제 권리관계 자료를 대조해야 한다. 제삼자의 이름이 등장한다는 이유만으로 예외 여부를 단정하기도 어렵다.
준비할 자료는 원래 채권의 계약서와 잔액표, 면제 문서와 전달 내역, 기존 협의 및 제삼자 권리 자료다. 각각 대상 채권과 금액, 채무자에게 표시한 의사의 내용, 단서의 적용 여부를 확인하는 데 쓰인다. 갑과 을은 면제라는 단어만 적기보다 소멸시키려는 채무의 범위와 별도로 남길 권리를 분명히 하여 정산 기록을 맞출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