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승인을 한 뒤 고인의 부동산을 경매 대신 개인 매매로 처분했다. 청산은 경매로 해야 한다는 규정을 뒤늦게 알았다면, 그 매매도 당연히 무효일까. 정해진 현금화 방법을 어긴 문제와 매각의 효력은 구별해야 한다.
민법 제1037조는 상속채권자와 유증받은 사람에게 변제하기 위해 상속재산을 매각할 필요가 있을 때 민사집행법에 따라 경매하도록 한다. 주석 민법 상속 제6판의 해당 조문 해설은 부당한 저가 처분을 막고 공정한 현금화로 충실하게 변제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같은 해설은 이 규정을 어겨 임의매각했더라도 거래의 안전상 매각의 효력이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경매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에서 매수인의 권리가 모두 사라진다는 결론으로 바로 넘어가지 않는 것이다. 이 설명은 문헌의 입장이며, 모든 매수인의 권리를 확정한 직접 판결을 소개한 것은 아니다.
매각이 당연 무효가 아니라는 말이 상속인에게 아무 책임이 없다는 뜻도 아니다. 해설은 청산 목적이었어도 실제로 은닉이나 부정소비에 해당하는 사안이면 민법 제1026조 제3호에 따라 법정단순승인이 될 수 있다고 구별한다. 반대로 경매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단순승인이라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해설은 임의매각으로 상속채권이나 유증에 관한 변제가 이미 이뤄졌다면 그 변제의 효력에도 영향이 없다고 설명한다. 다만 경매였다면 더 받을 수 있었던 경우처럼 임의매각으로 채권자나 수유자에게 손해가 생겼다면, 상속인이 고유재산으로 배상해야 한다고 본다. 매각과 변제의 효력, 실제 손해의 발생은 각각 확인할 문제다.
매매계약과 대금 수령내역, 당시 가액자료, 채권자별 지급과 통지 기록을 모아 보자. 팔았으니 모든 절차가 끝났다고 하거나, 절차를 어겼으니 계약도 무조건 없었다고 정리하지 않는다. 매수인 상대 반환청구가 언제나 가능한지나 개별 매수인이 보호되는 한계까지 위 해설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처분 경위와 청산 결과를 검토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