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용 가상 사례다. A가 상가를 적법하게 빌려 영업하는 중 임대인이 출입문을 잠가 건물 전체를 사용할 수 없게 했다. 계약은 아직 유효하게 계속 중이다. 건물을 처음 넘겨줬으니 임대인의 의무도 끝났다고 볼 수 있을까. 임대차 중에도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할 의무가 있다.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에게 목적물을 인도하고 계약이 계속되는 동안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할 의무를 부과한다. 처음 열쇠를 준 사실만으로 이후의 사용을 제공할 의무까지 모두 이행했다고 볼 수는 없다. 임대인 자신의 조치로 계약에 맞는 사용을 막았는지도 이 의무의 관점에서 확인해야 한다.
민법 제618조는 임대인이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차임을 지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임대차로 정한다. 따라서 A는 출입 차단이 언제부터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지와 계약에서 허용한 사용 범위를 함께 대조해야 한다. 계약상 사용할 권한이 있는 공간인지부터 분명히 해야 실제 의무 불이행의 내용도 특정할 수 있다.
예컨대 가게 전체의 출입문을 잠근 경우와 일부 공용시설 사용시간을 바꾼 경우는 사실관계가 다르다. 차단 위치와 기간, 다른 출입이 가능한지, 영업 공간을 실제로 쓸 수 있는지를 자료로 정리한다. 현장 사진과 출입 안내, 당사자가 주고받은 내용을 함께 남기면 어떤 상태를 회복해 달라는지 설명하기 쉽다.
A가 임대인에게 요구할 때에도 막연히 영업이 어렵다고만 하지 않고 계약상 사용할 부분과 현재의 차단 상태를 구체적으로 알리는 편이 좋다. 제623조의 의무는 계약 존속을 전제로 하므로 계약 종료나 적법한 인도 요구 여부가 다투어지면 그 선행 관계부터 확인해야 한다. 이번 글은 유효한 임대차 중 사용 제공 의무가 계속된다는 점을 설명한다. 차임을 전부 거절할 수 있는지, 손해액이 얼마인지까지 같은 결론으로 묶지 않고 각각의 요건과 자료를 갖춰 별도로 검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