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이자 대여를 취소해도 손해는 배상할까

설명용 가상 사례다. 갑과 을이 이자 없이 돈을 빌려주고 원금을 돌려받기로 서면 약정을 했다. 아직 돈을 보내기 전에 갑이 계약을 해제하려 한다. 을은 약정한 자금을 받을 것으로 믿고 준비하면서 지출한 돈이 있다고 말한다. 이때는 해제할 수 있는지와 상대방의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지를 나누어 보아야 한다.

민법 제601조는 이자 없는 소비대차의 당사자가 목적물을 인도하기 전에는 언제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한다. 따라서 서면 약정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 조문의 해제 가능성이 바로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돈을 주는 증여인지, 원금을 반환하기로 한 무이자 대여인지 계약의 내용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또 조문은 대주만이 아니라 당사자라고 정한다. 빌려주는 사람과 빌리는 사람 중 누가 해제 의사를 밝히는지 특정하되, 실제로 돈을 건넸는지가 중요한 시점이다. 지급 예정일이 남았다는 사실과 아직 목적물을 인도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구별해야 한다. 송금을 이미 마쳤는지는 지급 기록으로 확인할 문제다.

같은 조 단서는 상대방에게 손해가 생겼다면 이를 배상하도록 한다.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설명을 아무 부담도 없다는 뜻으로 바꿀 수 없는 이유다. 다만 을이 지출했다는 모든 금액이 자동으로 같은 배상액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손해가 어떤 경위로 발생했고 이번 해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자료에 따라 검토해야 한다.

준비할 자료는 원금 반환과 이자 약정을 보여 주는 계약서, 실제 지급 내역, 해제 통지와 전달 자료, 손해로 주장하는 지출 내역이다. 계약서는 무이자 소비대차라는 관계를, 지급 기록은 인도 전인지 여부를, 통지는 해제 내용과 시점을 확인한다. 지출 자료에는 목적과 발생 시점, 지급한 상대방이 드러나야 손해 발생 경위를 대조할 수 있다.

실제 인도 전의 해제권과 상대방에게 생긴 손해의 문제를 구별하여, 종료 의사와 주장하는 배상 범위의 근거를 함께 맞출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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