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자녀에게 돈을 빌린 채 돌아가셨고, 그 자녀가 한정승인을 했다면 자신이 받을 돈도 다른 상속채무와 구별해 정리해야 한다. 채권자이면서 상속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채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민법 제1031조는 한정승인한 상속인의 피상속인에 대한 재산상 권리의무가 소멸하지 않는다고 정한다. 재산분리명령에 따른 권리 존속을 다룬 민법 제1050조와 달리, 이 글은 한정승인 자체의 효과를 다룬다.
그렇다고 가족에게 돈을 보냈다는 사실만으로 모두 빌려준 돈이 되는 것도 아니다. 주장하는 채권의 계약 내용과 실제 송금, 변제받은 내역을 대조해 잔액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생활비 지원이나 증여를 차용금이라고 바꿔 적지 말고, 반환을 약정했다는 자료가 무엇인지 구분해 둔다. 이는 채권을 주장하는 사람이 상속인인 경우에도 같다.
한정승인 신고에는 상속재산목록을 첨부해야 한다(민법 제1030조 제1항). 내가 받을 채권이라고 해서 고인의 빚을 정리하는 자료에서 빠뜨리거나, 반대로 확인되지 않은 금액을 확정된 채무처럼 섞지 않는다. 다툼이 있다면 어떤 부분을 인정하지 않는지와 관련 자료를 함께 남겨 목록의 숫자가 나온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 돈을 받는 순서는 또 다른 문제다. 민법 제1034조 제1항은 신고기간이 지난 뒤 신고채권자와 알고 있는 채권자에게 채권액 비율로 변제하되 우선권 있는 채권자의 권리를 해치지 못하도록 한다. 내가 재산을 관리하고 있고 내 채권이 남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기 몫부터 가져가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따라서 내 채권의 증빙과 전체 채권자 목록, 남은 상속재산을 따로 정리한 뒤 함께 맞춰야 한다. 상속재산으로 채무를 모두 갚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한정승인자의 파산신청 의무도 검토한다. 채권의 존속, 실제 액수, 청산에서 받는 순서를 각각 확인해야 가족 사이의 설명만으로 배당 계산이 정해지는 일을 막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