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을 붙인 유증, 사망하면 곧바로 받을까

유언에 조건이 적혀 있다면 사망일만 확인하고 곧바로 재산을 받을 수 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민법 제1073조는 유언이 유언자의 사망 때부터 효력을 갖는다는 원칙과 함께, 정지조건이 사망 후 성취되면 그 조건이 성취된 때부터 효력이 생긴다는 규정을 둔다. 정지조건은 정해진 일이 이루어져야 효력이 생기도록 붙이는 조건이다.

설명을 위해 유언자가 사망한 뒤 일정한 자격을 취득하면 재산을 주겠다는 유언을 생각해 보자. 그 문구가 실제로 정지조건에 해당한다면, 수증자가 유언자의 사망 후 자격을 취득했을 때 그 유언의 효력이 생긴다. 사망일에 무조건 효력이 생긴 뒤 나중에 서류만 갖추는 경우와는 출발점이 다르다.

다만 어떤 문구가 조건인지는 유언 전체를 읽고 판단해야 한다. 자격을 얻기를 바란다는 희망 표현과 자격을 취득한 경우에만 준다는 표현은 같지 않다. 재산을 주면서 별도 의무를 부담시키는 내용도 조건의 성취 전에는 효력이 없다는 뜻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특정 단어 하나만 골라 정지조건이라고 이름 붙여서는 안 된다.

따라서 유언서에서 재산을 주는 문장, 조건처럼 보이는 문장, 이행할 시기와 상대방을 함께 확인한다. 조건이 사망 전에 이미 성취되었는지, 사망 뒤에 성취되었는지의 자료도 나누어 정리해야 한다. 졸업이나 자격 취득 등을 예로 들었다면 실제 성취일이 확인되는 문서를 확보하는 것이 판단에 도움이 된다.

이 조문은 사망 뒤 성취된 정지조건의 효력 시점을 정한 것이다. 조건 자체의 적법성이나 유언의 방식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조건이 이루어지지 않은 동안 재산을 누가 관리하는지, 조건이 불가능해졌다면 어떤 효과가 생기는지까지 같은 문장으로 결론 내리지 않는다. 먼저 유언의 정확한 문구와 성취 사실을 맞춘 다음 그에 따른 집행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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