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심을 미룬 채권자에게 채무자가 손해를 물을까

채무자의 거래처 대금에 추심명령을 받은 채권자가 오랫동안 돈을 받으려 하지 않았다. 그사이 거래처 사정이 달라져 돈을 받을 기회를 잃었다면 채무자는 그 손해를 누구에게 물을 수 있을까? 추심할 채권을 제때 행사할 수 있었는데도 채권자가 게을리했고, 그 때문에 채무자에게 손해가 생겼다면 그 채권자가 손해를 부담한다.

민사집행법 제229조 제2항은 추심명령이 있으면 압류채권자가 별도의 대위 절차를 거치지 않고 압류채권을 추심할 수 있다고 정한다. 같은 채권자가 민사집행법 제239조의 책임을 지는지는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던 사정과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에 달려 있다.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결과만으로 권리 행사를 게을리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거래처가 지급일과 지급 의사를 밝혔는데 채권자가 아무 대응도 하지 않았다고 하자. 당시 받을 수 있었던 돈을 나중에는 못 받게 됐다면 지급일 전후의 연락, 채권자의 청구 여부, 거래처의 지급 상황을 시간순으로 정리한다. 애초에 거래처가 지급할 의무나 능력이 없었다면, 추심이 늦었다는 사정만으로 같은 손해를 채권자에게 물을 수 없다. 지연 때문에 생긴 손해를 따로 확인해야 한다.

다른 채권자가 배당을 기다리다가 추심 지연을 문제 삼는 경우에는 별도의 절차가 있다. 민사집행법 제250조는 집행력 있는 정본으로 배당을 요구한 채권자가 일정 기간 안에 추심하라고 최고한 뒤, 상대가 따르지 않으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직접 추심할 수 있게 한다. 여기서는 다른 채권자의 직접 추심이 문제이고, 제239조는 추심 지연으로 손해를 입은 채무자의 문제다.

채무자가 책임을 묻고 싶다면 추심명령과 지급기록, 채권자와 거래처가 주고받은 자료부터 맞춰 본다. 제때 행사했다면 무엇을 받을 수 있었고 그 기회를 놓쳐 어떤 손해가 생겼는지 구체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압류된 거래처 대금 전액이 곧바로 손해액이 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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