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용 가상 사례다. 갑이 부담하던 채무의 채권이 적법한 권리 이전을 거쳐 갑 자신에게 귀속되었다. 갑은 이제 자기에게 돈을 줄 수는 없으니 채권을 장부에서 없애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채권과 채무가 같은 사람에게 모였는지와, 그 채권에 다른 사람의 권리가 걸려 있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민법 제507조 본문은 채권과 채무가 동일한 주체에게 귀속한 때 채권이 소멸한다고 정한다. 이를 혼동이라고 한다. 변제로 돈이 지급된 경우나 채권자가 면제 의사를 밝힌 경우와는 소멸의 원인이 다르다. 이 사례의 출발점은 실제로 같은 채권의 채권자와 채무자가 갑 한 사람에게 귀속되었다는 사실이다.
회사가 같아 보이거나 가족 사이에서 관리한다는 설명만으로 동일 주체라고 할 수는 없다. 갑과 갑이 운영하는 회사는 누구에게 권리가 귀속되는지 구별해야 한다. 일부 권리만 이전되었다면 이전 문서가 대상으로 삼은 채권과 범위를 먼저 특정해야 한다. 채권 양도나 승계의 효력 자체를 다투는 상황이라면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혼동 소멸만 결론 낼 수는 없다.
또한 제507조 단서는 그 채권이 제삼자의 권리의 목적일 때에는 소멸하지 않는다고 정한다. 예를 들어 해당 채권을 대상으로 다른 사람의 질권이 설정되어 있다면, 채권과 채무가 갑에게 모였다는 사정만으로 그 채권을 지울 수 있는지 예외를 살펴야 한다. 조문은 다른 사람의 권리가 걸린 채권을 일반적인 혼동과 구별한다.
확인 자료는 원래 채권의 계약서, 권리 이전이나 승계를 증명하는 문서, 채권에 관한 질권 설정 등 제삼자 권리 자료다. 첫 자료는 어떤 채권인지, 이전 자료는 누구에게 어느 범위가 귀속되었는지, 제삼자 자료는 단서가 문제되는 권리가 있는지를 확인한다. 채권 원장도 이 자료의 금액과 대조하여 소멸 여부와 잔액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제507조의 원칙과 예외를 차례로 확인하는 것이 장부상 정리와 실제 법률관계를 맞추는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