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한 감정이 어려운 감정인은 바꿀 수 있을까

가상 사례다. 하자 소송의 당사자가 지정 감정인이 상대방 회사의 공사비 산정 자문을 계속 맡고 있다는 계약자료를 받았다. 감정사항 진술 전부터 알았지만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어 기다리려 한다. 그 관계가 성실한 감정을 어렵게 하는지와 기피 시점을 나누어 보아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336조 본문은 감정인이 성실하게 감정할 수 없는 사정이 있을 때 당사자가 기피할 수 있다고 정한다. 불리한 결과가 나올 것 같다는 느낌만으로 요건을 충족하지는 않는다. 사례의 자문 관계만으로 자동 기피되는 것이 아니라 성실한 감정을 어렵게 하는 사정인지 소명해야 한다.

같은 조 단서에는 시점 제한이 있다. 당사자가 감정사항에 관한 진술 전부터 기피 이유를 알고 있었다면 그 진술이 이루어진 뒤에는 기피하지 못한다. 사례처럼 이유를 미리 알고도 결과를 본 다음 기피하겠다는 선택에는 이 제한이 걸린다. 지정일뿐 아니라 이유를 안 날과 진술일을 대조해야 한다.

제337조에 따르면 기피신청은 수소법원 · 수명법관 또는 수탁판사에게 하고 기피 사유를 소명해야 한다. 감정인에게 불만을 전한 것과 법정 기피신청은 다르다. 신청에서는 다투는 사정과 이를 뒷받침할 자료를 연결하고, 사유를 알게 된 경과도 설명해야 한다.

감정인 지정 자료와 기일 기록은 대상과 진술 시점을, 자문계약과 업무 회신은 상대방과의 관계 및 업무 내용을 보여 준다. 계약자료를 받은 기록은 기피 이유를 언제 알게 됐는지 밝히는 데 쓴다. 감정서의 면적이나 단가가 틀렸다는 지적이라면 그 내용에 맞는 의견과 질문을 별도로 준비해야 한다.

기피결정의 불복도 양쪽이 같지 않다.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한 결정에는 불복할 수 없고 이유가 없다고 한 결정에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 당사자는 감정인을 바꾸고 싶다는 요구만 반복하기보다 사유 · 인지일 · 진술일 · 소명자료를 맞춰 신청 가능 상태인지 판단해야 한다. 이유를 알고도 결과만 기다리면 나중에 쓸 절차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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