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 채권의 약 170배를 가압류했다 — 과실과 배상범위는 별개다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가압류한 금액이 나중에 정당한 채권으로 확정된 금액의 약 170배에 이르렀다. 채권자는 손해액 산정이 어려웠고 본안 1심에서도 큰 금액이 인정되었다는 사정을 들어 과실을 부인했다. 반대로 가압류를 당한 회사는 지나치게 묶인 재산 때문에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고 청구했다.

대법원은 2023. 6. 1. 선고 2020다242935 판결에서 과실 추정을 뒤집지 않으면서도 배상책임을 60%로 제한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책임이 성립하는지와 손해를 얼마나 부담시킬지는 따로 심사한 것이다.

과실을 부정하지 않은 이유는 단순히 청구액이 많이 줄었기 때문만이 아니다. 영업비밀 침해와 제품 판매 사이의 인과관계, 보호기간과 기여도에 대한 판단이 달라지며 채권액이 줄었다. 채권자는 일부 손해의 인과관계가 부정되거나 기여율이 줄어들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가압류했다. 법원은 이 차이를 순수한 법률해석의 차이라고만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렇다고 손해 전부를 부담시키지는 않았다. 영업비밀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자체는 인정되었고 관련 형사사건에서는 가압류를 당한 회사 직원의 범죄가 유죄로 확정되었다. 손해액의 구체적인 입증이 어려웠으며 본안 1심과 항소심의 판단도 달랐다. 이런 사정은 과실을 없애기에는 부족해도 책임을 줄일 이유가 되었다.

약 170배와 60%는 이 사건의 사실과 결론이다. 어느 배수부터 과다 가압류가 되는지, 책임을 몇 퍼센트 줄이는지 정한 일반 기준이 아니다. 신청액의 근거와 예상 가능한 감액요소를 남기고, 분쟁이 생기면 가압류 결정 당시 자료와 본안에서 판단이 바뀐 경위를 나누어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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