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때 가구점 건물을 넘긴 부부, 임대인 동의 없는 임차권 양도

남편은 토지를 빌려 그 위에 건물을 짓고 아내와 가구점을 운영했다. 부부는 협의이혼하면서 건물을 위자료로 아내에게 넘기기로 했고, 아내가 혼자 영업을 이어 갔다. 이후 두 사람은 다시 혼인해 같은 건물에서 살았다. 토지 임대인은 임차권 양도에 동의하지 않았다며 건물 철거와 토지 인도를 구했다.

원심은 아내가 건물과 함께 부지의 임차권도 양도받았지만 임대인의 동의나 사후 승낙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았다. 계약할 때 배우자였다는 사실만으로 아내도 당연히 임차인이라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이에 아내는 토지를 사용할 권리가 남아 있다고 다퉜다.

대법원 1993. 4. 27. 선고 92다45308 판결은 이 사건의 특별한 경위를 살폈다. 기존 가구점 건물의 부지가 도로에 편입돼 이전 대책의 하나로 토지 임대차가 알선됐고, 토지 처분 때까지 임대기간과 임차인의 우선매수권도 보장된 계약이었다. 아내는 본래 임차인과 같은 사업을 이어 갔고 다시 혼인해 동거하고 있었다.

법원은 실질적으로 임대인의 인적 신뢰나 경제적 이익을 해치지 않았다고 보았다. 임대인 동의 없이 제삼자에게 사용하게 했더라도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배신적 행위가 아닌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해지권이 생기지 않는다는 법리를 적용했다. 철거와 인도를 명한 원심은 파기환송됐다.

이 사건의 임차목적물은 가구점 건물이 아니라 그 부지인 토지다. 가족에게 넘기면 언제나 임대인 동의를 생략할 수 있다는 뜻도 아니다. 이전 대책으로 맺은 계약 내용, 종전부터 함께한 사업, 이혼과 재혼 이후의 사용관계가 함께 판단됐다. 환송 뒤 최종 결과까지 확인된 사건은 아니다.

가족 간에 건물이나 영업을 넘길 때는 건물의 소유권과 토지 임차권을 구별해 확인해야 한다. 가족관계만 제시하기보다 원래 계약의 목적과 실제 사용 주체, 임대인의 신뢰와 이익에 생긴 변화를 설명할 자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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