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이 발행되기 전 주식을 팔았는데 매수인이 잔금을 내지 않았다. 매도인은 지급을 최고하고 잔금 청구 소송까지 냈다. 1심에서 잔금을 지급하라는 판결도 받았지만,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을 해제하겠다고 했다. 잔금기일이 지나고 소송까지 진행된 뒤에도 이런 해제가 가능한지가 다투어졌다.
대법원은 2008. 10. 23. 선고 2007다72274 판결에서 매수인의 해제를 인정한 판단을 유지했다. 판단의 기준은 잔금기일이나 승소판결의 유무가 아니라 당사자 중 누가 계약 이행에 착수했는지였다. 민법 제565조는 다른 약정이 없으면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계약금을 준 사람은 이를 포기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한다.
여기서 이행의 착수는 밖에서 알 수 있을 정도로 채무 일부를 이행하거나, 이행에 필요한 전제행위를 하는 것이다. 준비만 한 것으로는 부족하지만 채무 내용에 꼭 맞는 이행제공까지 마쳐야 하는 것도 아니다. 대법원은 매도인이 이행을 최고하고 잔금 지급 소송을 제기한 것만으로는 그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고 보았다.
따라서 매수인이 잔금 지급기일이 지난 뒤, 나아가 1심 판결 뒤 해제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만으로 신의칙 위반이 되지는 않았다. 채권을 청구하는 행동과 자신이 약속한 급부를 이행하기 시작하는 행동을 구별한 결론이다.
실제 사안은 주식매매이므로 부동산 거래의 서류 보관이나 등기 준비가 언제나 같은 평가를 받는다고 확대할 수 없다. 해약금 해제를 다툴 때에는 계약금 영수 내역, 별도 해제 제한 약정, 중도금 등 실제 지급, 각 당사자의 이행행위를 시간순으로 확인해야 한다. 소장을 접수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상대방의 계약금 포기 해제가 차단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