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을 인수한 뒤 회사 이름을 바꾸었다면 종전 사업의 빚과 무관하다고 단정하기 쉽다. 그러나 상법 제44조는 양도인의 상호를 계속 쓰지 않는 영업양수인이라도, 양도인의 영업상 채무를 인수했다고 광고한 때에는 양수인도 변제책임을 지도록 한다. 이름을 바꾸었는지에 더해 외부에 어떤 내용을 알렸는지를 살펴야 한다.
가상의 사례로, 영업을 넘겨받은 회사가 거래처에 배포할 안내문에 종전 영업의 미지급 대금까지 맡는다는 취지의 문구를 넣으려 한다고 하자. 계약서에서는 일부 채무만 정산하기로 했더라도 외부 안내의 내용이 그 약정과 같은지 확인해야 한다. 내부 계약의 책임 분담만 읽고 광고 문구를 별도 홍보물로 취급하면 책임 문제를 놓칠 수 있다.
제44조의 대상은 양도인의 영업으로 생긴 채무다. 양도인의 모든 개인 채무까지 무조건 인수한다고 넓혀 읽어서는 안 된다. 어떤 채무를 인수한 것으로 광고했는지, 채권자가 주장하는 돈이 그 영업에서 발생한 것인지 각각 구별해야 한다. 거래계약서와 납품명세, 미지급 내역은 이 연결을 확인하는 자료다.
우선 확보할 것은 광고 원문과 게시 · 배포 경위, 영업양도계약서, 대상 채무 목록이다. 안내문 요약본보다 실제로 외부에 표시한 표현을 그대로 보아야 하고, 언제 누구를 대상으로 알렸는지도 정리한다. 단지 사업을 이어받았다고 알린 것과 채무까지 인수했다고 알린 것은 구별할 필요가 있으므로, 일부 표현만 떼어 책임이 생겼다거나 없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새 상호로 영업을 시작할 때는 거래처 안내문을 내보내기 전에 계약과 채무 목록에 맞춰 내용을 대조한다. 이미 안내했다면 원문을 지우고 없었던 일로 처리하기보다 당시 표시와 전파 범위를 보존해 어떤 책임이 문제되는지 검토해야 한다. 확인할 핵심은 새 회사의 이름 자체가 아니라, 영업을 양수한 주체가 종전 영업 채무의 인수를 외부에 표시했는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