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처의 영업 주인이 바뀌었는데 상호는 그대로여서 새 주인에게 대금을 지급했다면, 종전 주인이 다시 달라고 할 때 송금 사실만 내밀어서는 판단이 끝나지 않는다. 상법 제43조는 상호를 계속 사용하는 영업양수인에게 한 변제의 효력을 일정한 요건 아래 인정한다. 누구에게 지급했는지뿐 아니라 어떤 사정으로 그 사람을 지급받을 상대로 보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이 조문은 상법 제42조 제1항의 상호속용 영업양수인에 관한 경우를 전제로 한다. 대상은 양도인의 영업으로 생긴 채권이며, 채무자가 선의이고 중대한 과실 없이 양수인에게 변제했을 때 효력이 있다. 영업양수인이 받는 모든 돈이 무조건 유효한 변제가 된다는 뜻은 아니므로, 상호의 연속성과 영업양도의 사실부터 구별해 살핀다.
가상의 예로, 납품을 받은 회사가 종전 거래처의 미수금을 새 영업주에게 지급한 뒤 이중 청구를 받았다고 하자. 종전 사업주의 사적인 대여금인지 물품 공급으로 생긴 대금인지에 따라 조문이 가리키는 대상과의 연결부터 달라진다. 계약서와 납품명세, 청구서는 채권이 어떤 영업에서 생겼는지 보여 주는 자료다.
다음으로 지급 당시 받은 안내문과 대화, 청구서의 명의, 송금 계좌 안내, 영수증을 모은다. 이 자료들은 왜 양수인에게 갚았는지, 지급받을 권한에 의문을 가질 사정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데 쓰인다. 같은 상호를 보았다는 한 가지 사정만으로 선의와 중대한 과실이 없었다는 요건까지 모두 충족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아직 지급 전이라면 주인이 바뀌었다는 통지를 받았을 때 어느 채권을 누구에게 갚아야 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미 지급했다면 종전 주인의 재청구에 곧바로 한 번 더 송금하거나 무조건 거절하기보다, 영업양도와 상호 사용, 채권의 발생 원인, 지급 경위를 연결해 정리한다. 상호가 같다는 외형과 법이 보호하는 변제의 요건을 함께 확인해야 이중 지급의 문제를 정확히 다룰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