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할 건물의 임대료를 거두기 위해 비용을 쓴 사람이 그 돈을 모두 떠안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민법 제1080조는 유증의무자가 유언자의 사망 후 목적물의 과실을 수취하기 위해 필요비를 지출하면, 과실을 취득한 수증자에게 그 과실 가액의 한도에서 상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다. 비용의 목적과 청구 한도가 함께 붙어 있는 규정이다.
설명을 위해 유언자가 사망한 뒤 건물의 수입을 관리하던 유증의무자가 과실 수취에 필요한 비용을 낸 상황을 생각해 보자. 이때는 지출했다는 사실뿐 아니라 그 비용이 과실을 얻기 위한 필요비였는지 확인해야 한다. 건물과 관련된 돈이라는 이유만으로 개인 용도 지출이나 다른 업무 비용까지 한꺼번에 넣을 수는 없다.
상환 상대방은 그 과실을 취득한 수증자다. 유언자 가족 중 누구든 비용을 내야 한다는 뜻이 아니며, 실제로 돈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이 정해지는 것도 아니다. 수입의 귀속과 비용 지출의 관계를 맞춰야 한다. 과실이 어떤 기간에 발생했고 누가 취득했는지를 먼저 정리하는 이유다.
상환에는 과실의 가액이라는 한도가 있다. 비용이 필요했다는 점만 확인한 뒤 지출 총액을 곧바로 청구액으로 옮겨서는 안 된다. 이 조문에 따른 청구에서는 해당 과실의 가액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이 설명은 과실 수취비용에 관한 것이며, 목적물 자체에 쓴 비용이나 집행자 보수까지 같은 한도로 처리한다는 뜻은 아니다.
정산표에는 과실의 종류와 발생 기간, 취득한 수증자, 해당 과실 가액, 비용의 지급일과 구체적인 용도를 적는다. 영수증이나 거래 내역만 제출하기보다 어느 수입을 얻기 위한 지출인지 연결해 두는 것이 좋다. 유언자의 사망 전 지출과 사망 후 지출도 나누어야 한다. 지출 시점 · 목적 · 상대방 · 한도를 차례로 대조하면 수입 정산과 비용 정산을 섞어 다투는 일을 줄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