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류만 정해 유증한 물건에 하자가 있다면

유언으로 받는 재산은 공짜이므로 하자가 있어도 그대로 받아야 한다는 설명은 언제나 맞지 않는다. 민법 제1082조는 불특정물을 유증한 경우 유증의무자가 매도인과 같은 담보책임을 부담한다고 정한다. 목적물에 하자가 있으면 하자 없는 물건을 인도해야 한다는 내용도 따로 둔다. 다만 불특정물을 유증한 경우라는 전제가 중요하다.

불특정물은 개별 물건 하나를 가리키기보다 종류 등으로 정한 물건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설명을 위해 일정한 종류와 수량의 물품을 주겠다는 유언을 가정해 보자. 유증의무자가 그 종류에 해당하는 물건을 골라 넘겼는데 하자가 있다면, 받는 사람은 무상 유증이라는 이유만으로 문제 제기를 포기할 필요가 없다.

반면 주소로 특정한 집 한 채나 식별 가능한 물건 하나를 유증한 경우까지 이 조문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유언서에 적힌 목적물이 무엇인지에 따라 출발점이 달라진다. 유언자가 소유하던 특정 물건을 준다는 뜻인지, 일정한 종류의 물건을 마련해 주라는 뜻인지부터 구별해야 한다. 제목에 물건 이름이 같다고 같은 유증은 아니다.

문제가 생겼다면 유언의 해당 문구와 인도받은 물건의 종류 · 수량 · 상태를 맞춰 보아야 한다. 하자가 무엇인지, 언제 발견했는지, 어떤 사진이나 검사자료로 확인할 수 있는지도 남긴다. 단순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사정과 물건의 하자가 있다는 주장은 구별해야 한다. 약정된 내용에 맞는 물건인지 설명할 자료가 필요하다.

제1082조가 매도인과 같은 담보책임을 정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경우에 같은 손해배상액이나 같은 해결 방법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청구의 요건은 더 살펴야 한다. 우선 유증 목적물이 불특정물인지 확인하고, 해당 물건에 하자가 있다면 하자 없는 물건의 인도를 요구할 수 있다는 규정부터 검토한다. 무상인지보다 어떤 물건을 주기로 했는지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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