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유언이 있으면 옛 유언은 전부 사라질까

나중에 작성한 유언장이 발견됐다고 해서 먼저 쓴 유언장 전체를 바로 버려서는 안 된다. 민법 제1109조는 앞뒤 유언이 저촉될 때 저촉되는 부분의 이전 유언을 철회한 것으로 본다. 날짜가 새롭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재산에 관한 옛 지시가 한꺼번에 없어지는 구조는 아니다.

예를 들어 첫 유언에 집과 예금을 각각 누구에게 줄지 적고, 뒤 유언에는 그 집을 다른 사람에게 준다고 적은 상황을 생각해 보자. 같은 집을 서로 다른 사람에게 전부 주라는 지시는 함께 이행할 수 없다. 반면 뒤 유언이 예금에 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면, 먼저 한 예금 유증까지 집에 관한 변경만으로 철회됐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앞뒤 내용을 실제로 나누어 읽어야 하는 이유다.

대조할 단위는 유언장이라는 문서 한 벌이 아니라 각 지시의 대상과 내용이다. 두 유언에서 부동산의 지번이나 계좌 등 목적재산을 특정한 부분, 받을 사람, 주겠다는 범위를 같은 줄에 놓아 본다. 표현이 조금 달라도 같은 재산일 수 있고, 한 문서에 같은 사람이 등장해도 재산별 지시가 달라질 수 있다.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가 철회의 범위와 이어진다.

이 과정은 앞뒤 문서가 모두 적법한 유언인지 확인하는 일을 대신하지 않는다. 새 문서라는 이유만으로 자필이나 날인 등 필요한 방식을 빠뜨린 문서를 유효하다고 전제해서는 안 된다. 또한 뒤 유언이 종전 유언 전부를 명시적으로 철회하는 내용이라면, 집 한 채의 수증자만 바꾼 경우와 읽어야 할 문구가 다르다.

따라서 작성일과 보관 경위를 정리하되, 최신 문서만 남기는 방식으로 자료를 추려서는 안 된다. 이전 유언 원본도 보존하고 각 문서에서 어느 재산의 어떤 지시가 충돌하는지 표시해야 한다. 유언집행에 쓸 재산목록 역시 뒤 유언에 적힌 재산만으로 새로 만들기보다, 앞 유언 중 여전히 남는 지시가 있는지를 대조한 뒤 확정해야 누락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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