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기일에 다른 채권자가 내 채권에 이의를 했는데 나는 출석하지 않았다면, 이의를 인정한 것으로 취급될까. 민사집행법 제153조 제2항은 기일에 나오지 않은 채권자가 다른 채권자의 이의에 관계된 경우 그 이의를 정당하다고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정한다. 침묵했으니 상대방의 이의를 받아들였다고 생각할 일은 아니다.
같은 조 제1항과 함께 읽으면 의미가 더 분명해진다. 제1항은 기일에 출석하지 않은 채권자가 배당표와 같이 배당을 실시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본다는 규정이다. 배당표에 따른 실시의 동의와, 타인이 새로 제기한 이의를 정당하다고 인정하는 것은 판단 대상이 다르다. 불출석의 효과를 한 문장으로 줄여 모든 주장에 동의했다고 설명하면 두 조항의 차이를 놓치게 된다.
가상의 사례로, 배당표에는 한 채권자에게 배당할 금액이 적혔는데 다른 채권자가 그 채권의 존재나 순위를 다퉜다고 하자. 배당받을 채권자가 기일에 나오지 않았다면 제2항의 기준에 따라 이의를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취급된다. 이 규정은 불출석자가 실제로 이의에 찬성했다는 추정을 막는 효과를 정한 것이지, 이의가 제기된 채권의 실체가 옳다고 확정하는 판결은 아니다.
따라서 기일에 빠졌다는 이유로 상대방과 이의가 합의됐다고 보거나, 반대로 본인이 최종적으로 이겼으니 아무 대응도 필요 없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누가 어느 금액과 순위에 이의했는지, 기록상 그 이의가 어떻게 처리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본인이 배당표의 다른 부분을 다투고 싶었던 경우와, 타인이 본인에게 제기한 이의의 상대방이 된 경우도 구분해야 한다.
배당표 원안과 배당기일조서, 상대방의 이의 범위가 드러나는 자료, 이후 소송이나 공탁 관련 통지를 함께 확인한다. 이는 배당표 실시의 동의로 보는 범위와 이의가 해소되지 않은 범위를 나누기 위한 자료다. 불출석만으로 모두 인정하거나 모두 포기한 것으로 묶지 말고, 제1항과 제2항이 각각 어떤 대상에 적용되는지를 기일기록과 대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