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 신고가 수리되기 전에, 고인의 손해배상채권을 지키려고 상대방 재산에 가압류를 신청했다면 상속재산을 처분한 것이 될까. 채권을 보전한 행위와 그 돈을 받아 사용한 행위는 구별할 필요가 있다.
화재로 고인이 사망하자 자녀들은 한정승인과 상속포기를 각각 신고했다. 수리 전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선정당사자를 정해 건물주 상대 손해배상채권을 근거로 부동산가압류를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고인의 채권자는 이 신청 때문에 상속을 단순승인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다퉜다.
청주지방법원은 2019년 9월 10일 선고한 2019나13 판결에서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당 손해배상채권을 피보전권리로 가압류를 신청했다는 사실만으로 민법 제1026조의 상속재산 처분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가압류 신청 때 그 채권을 알고 있었다는 사정은 재산목록 누락 문제에서도 살펴졌다. 하지만 법원은 손해배상액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피해자들이 함께 한 신청이 쉽게 알려질 수 있는 점, 지급명령까지 신청한 것은 아닌 점 등을 보아 채권자를 해할 의도로 숨겼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다.
이는 손해배상채권을 재산목록에 적을 필요가 없다는 판결이 아니다. 원고가 다툰 것은 채권의 고의 누락과 수리 전 처분이라는 서로 다른 단순승인 사유였다. 가압류를 했다고 항상 단순승인되는 것도, 보전처분을 했다는 이유로 목록 누락이 언제나 허용되는 것도 아니다.
신고서와 첨부목록, 손해배상청구의 근거, 가압류 신청서 · 결정문, 그 후 실제 지급이나 합의가 있었는지를 나누어 정리하자. 이 글의 결론은 해당 가압류 신청에 관한 하급심 판단이다. 채권을 추심해 돈을 받은 경우나 합의로 권리를 줄인 경우까지 같은 효과라고 넓혀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