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에 정한 돈을 상속 빚보다 먼저 지급해도 될까

유언에 친구에게 돈을 주라는 내용이 있더라도, 한정승인자가 그 돈부터 지급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민법 제1036조는 상속채권자에 대한 변제를 완료한 뒤가 아니면 유증받은 사람에게 변제하지 못한다고 정한다. 유언의 뜻을 존중하는 문제와 한정승인 청산의 지급 순서를 구분해야 한다.

먼저 유언으로 돈을 받는 것인지, 고인이 생전에 빌린 돈을 돌려받는 것인지부터 확인한다. 같은 사람이 두 가지 이유로 돈을 받을 수도 있으므로 사람의 이름 하나만 보고 청구를 한 덩어리로 적지 않는다. 유언 내용과 차용금 계약, 이미 지급된 돈의 내역을 맞춰 어느 권리를 주장하는 것인지 정리해야 적용할 순서도 살필 수 있다.

민법 제1034조 제1항은 신고기간이 끝난 뒤 기간 안에 신고한 채권자와 한정승인자가 알고 있는 채권자에게 채권액 비율로 변제하도록 하면서 우선권 있는 채권자의 권리를 보장한다. 제1035조 제1항은 변제기가 오지 않은 채권도 이 변제에 포함한다. 당장 독촉하는 빚만 갚고 남은 돈을 유증받은 사람에게 보내도 된다고 생각하면 아직 정리하지 않은 채권을 놓칠 수 있다.

따라서 유증금을 지급하기 전에는 채권신고 내역과 이미 알고 있던 채권, 미도래 채권의 확인 상태를 대조하자. 예상 잔액이 있다는 계산과 상속채권자에 대한 변제가 완료됐다는 사실은 다르다. 유언에 적힌 액수만큼 현금을 따로 빼 두었다는 가족의 설명만으로 제1036조의 순서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상속재산으로 상속채권자와 유증받은 사람에 대한 채무를 완제할 수 없음을 발견했다면 한정승인자의 지체 없는 파산신청 의무도 살핀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99조 제2항). 이 경우 단순히 유증금을 줄여 주는 합의만 생각할 일은 아니다. 유언의 문구, 전체 채권과 재산, 실제 지급 내역을 함께 정리해 현재 어떤 청산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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