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값을 상계하면 그전 점유도 불법이 될까

가게 계약이 끝나 조명값을 달라고 하고 점포 인도를 미뤘다. 건물주가 나중에 조명값과 미인도 손해배상금을 서로 빼서 정산했다면, 그전 점유까지 불법이 될까. 적법하게 부속물 매수를 청구해 대금을 받을 때까지 인도를 거절할 수 있었던 기간은 상계했다고 해서 소급해 불법점유가 되지 않는다.

대법원 2025. 5. 15. 선고 2024다317332, 317349 판결에서 임차인은 조명과 소방설비 매수를 요구했다. 임대인은 나중에 시설 대금과 점포를 돌려받지 못해 생긴 손해배상금을 상계한다고 통지했다. 원심은 매수 청구부터 상계 통지까지의 점유에도 월세 1.3배 배상 특약을 적용했다. 대법원은 두 통지가 도달한 날 사이의 월세 상당액을 초과해 지급하라는 원심 부분을 파기하고, 그 초과분 청구를 직접 기각했다.

기간 만료로 계약이 끝났다면, 임차인은 임대인 동의를 받아 설치한 자기 소유의 부속물 중 건물 사용에 객관적으로 도움이 되는 물건을 사 달라고 할 수 있다(민법 제646조). 이 사건에서도 건물의 일부가 된 천장시설과 구조물은 부속물에서 제외됐다. 임차인의 채무불이행으로 계약이 해지된 경우에는 부속물 매수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부속물 매수청구권을 적법하게 행사했다면, 시설 대금 지급과 건물 반환은 맞바꿔 이행한다. 임차인이 부속물 매수를 적법하게 요구했고 임대인이 대금을 지급하거나 적법하게 제공하는 등으로 인도를 미룰 권리가 사라지기 전이라면, 뒤늦은 상계로 그전 점유가 소급해 불법이 되지는 않는다.

민법 제493조 제2항에 따라 유효하게 상계하면 서로 받을 돈은 상계할 수 있었던 때에 같은 금액만큼 없어지지만, 그 정산 기준으로 이전 점유의 성격까지 바뀌지는 않는다. 이 사건에서도 실제 사용 이익에 해당하는 월세 상당액은 부당이득으로 인정됐다. 정산할 때는 매수 청구와 상계 통지가 각각 도달한 날, 대금 지급이나 지급 제안이 있었는지, 실제 점포 사용 기간을 따로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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