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이 설치한 지역권 시설을 함께 쓰려면

가상 사례다. 뒷땅 소유자가 앞땅에 유효한 지역권을 가지고 배수시설을 설치했다. 앞땅 소유자는 시설이 자기 땅에 있으니 자기 토지의 물도 그곳으로 빼고 싶다. 그러나 뒷땅의 배수가 막힐 수 있어 다툰다. 지역권 행사를 위해 설치된 시설이라는 전제로 공동사용을 살펴본다.

민법 제300조 제1항은 승역지 소유자가 지역권 행사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지역권자가 승역지에 설치한 공작물을 사용할 수 있다고 정한다. 승역지는 다른 토지의 편익을 위해 지역권의 부담을 지는 토지다. 자기 땅에 시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지역권자의 이용을 막으면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사례에서는 앞땅 소유자의 추가 사용이 기존 지역권 행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확인해야 한다. 배수시설을 함께 쓴다는 말에만 합의하고 수용능력과 실제 물 흐름을 확인하지 않으면 방해 여부가 남는다. 토지 소유자의 사용 가능성과 시설에 얼마를 흘려도 되는지는 같은 결론이 아니다.

제2항은 공동사용 때 승역지 소유자가 수익 정도의 비율로 공작물 설치와 보존 비용을 분담하도록 한다. 이때의 비율은 토지 면적을 무조건 반씩 나누거나 땅 소유자라는 이유로 전액 부담시키는 기준이 아니다. 각 토지가 시설로 어느 정도 편익을 얻는지와 비용 내용을 연결해 살펴야 한다.

지역권 설정계약과 양쪽 토지의 등기 자료는 어느 토지를 위해 어떤 사용을 허용했는지 보여 준다. 시설 도면과 시공 자료는 지역권 행사를 위한 공작물의 범위와 구조를, 사용량 · 배수 상태 기록은 공동사용으로 방해가 생기는지 판단하는 데 쓴다. 설치비 내역과 보수 견적은 분담할 비용을 구체화하고, 이용 정도 자료는 분담비율을 협의하는 근거가 된다.

비용을 일부 냈다고 지역권 내용이나 편익을 받을 토지가 바뀌지는 않는다. 당사자는 기존 권리의 범위와 공동사용 방식을 구별해 기록할 필요가 있다. 사용시간 · 용량과 관리 방법을 맞출 때도 지역권 행사를 방해하는지 먼저 보고 실제 편익에 맞는 비용을 정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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