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사례다. 점포 정리 업무를 위임받은 사람이 필요한 폐기물 처리 서비스를 자기 명의로 외상 주문했다. 위임사무 처리에 필요한 채무라는 점에는 다툼이 없지만 지급일은 다음 달이다. 수임인은 자기 돈으로 먼저 갚아야만 위임인에게 요구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지출 전 채무도 보호한다.
민법 제688조 제2항은 수임인이 위임사무 처리에 필요한 채무를 부담했다면 위임인에게 자기를 대신해 변제하게 할 수 있다고 정한다. 채무가 아직 변제기에 이르지 않았다면 상당한 담보를 제공하게 할 수 있다. 이미 낸 비용을 돌려달라는 요구만 가능한 구조가 아니다.
분기점은 그 채무의 지급 시기다. 사례처럼 만기가 남은 채무에는 상당한 담보 제공이 문제된다. 지급일이 도래한 채무라면 위임인이 수임인을 대신해 변제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을 구체화할 수 있다. 무조건 지금 현금 전액을 달라는 요구로 두 경우를 합칠 수는 없다.
또 수임인이 부담한 모든 채무가 대상은 아니다. 위임사무의 처리를 위해 필요한 채무라는 조건이 있다. 점포 정리와 무관한 개인 구매대금까지 묶거나 실제 부담한 금액보다 크게 적는 방식으로 보호범위를 늘릴 수 없다. 누구의 명의로 어떤 서비스를 주문했고 어느 사무에 썼는지를 연결할 필요가 있다.
위임계약과 업무 지시 회신은 맡은 사무의 범위를 보여 준다. 서비스 주문서와 처리확인서는 필요 채무의 발생과 업무 관련성을, 청구서와 지급 약정은 부담액과 변제기를 뒷받침한다. 정리 대상 목록과 현장기록은 해당 서비스가 왜 필요했는지 설명한다. 담보를 요구한다면 채무와 금액, 제시된 담보의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이 요구는 수임인이 계약한 서비스업체에 대한 자기 채무가 저절로 사라진다는 설명과 다르다. 위임인에게 무엇을 요구할 수 있는지와 업체와의 지급관계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 지출한 돈과 아직 갚지 않은 채무를 나누고, 후자는 만기와 필요성에 따라 대신 변제 또는 담보를 정리할 수 있다. 지급일 전에도 보호를 준비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