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부탁하며 보수를 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공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상법 제61조는 상인이 그 영업 범위 안에서 타인을 위하여 행위를 한 때에는 상당한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한다. 보수 액수를 미리 적었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누가 어떤 영업으로 누구를 위해 일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가상의 사례로 기기 수리업자가 다른 사람의 요청으로 고장 난 기기를 점검하고 진단 결과를 전달했다. 점검료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니 무료라고 생각한 의뢰인과 보수를 요구하는 수리업자가 다툰다고 하자. 먼저 수리업자가 상인인지, 점검이 그 영업 범위에 속하는지, 타인을 위한 행위였는지 살핀다. 이 조문은 모든 개인의 호의나 일상적인 도움에 일률적으로 보수를 붙이는 규정은 아니다.
서로 실제로 무엇을 합의했는지도 중요하다. 금액을 정하지 않았다는 사정과 무료로 하기로 약정했다는 사정은 구별해야 한다. 요청 단계에 무료 점검이라고 안내했는지, 이후 유료 업무를 따로 부탁했는지에 관한 연락을 함께 읽어야 한다. 물건을 잠시 맡겼다는 이유만으로 맡긴 사람이 요청하지도 않은 모든 업무의 비용까지 바로 확정해서는 안 된다. 실제 부탁과 수행 내용이 맞는지부터 확인한다.
또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상당한 보수다. 수행자가 나중에 적어 낸 청구서의 금액이 그 자체로 모두 인정된다는 뜻은 아니다. 업무 요청과 회신은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하기로 했는지를, 점검 내역과 결과 전달 자료는 실제 수행한 범위를 보여 준다. 보수에 관한 안내와 협의는 무료 합의나 별도 금액 약정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데 쓰인다. 청구액의 산출 내역도 그 업무 내용과 연결해 제시해야 한다. 보수 약정이 없다는 한마디로 지급을 거절하거나 원하는 금액을 일방적으로 확정하기보다, 조문의 세 요건과 당사자의 합의, 실제 한 일에 비추어 상당한 보수가 무엇인지를 차례로 검토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