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린 쌀을 못 돌려주면 언제 값으로 갚을까

빌린 쌀을 소비하고 나중에 같은 쌀로 갚기로 했는데 그 조건의 쌀을 반환할 수 없게 되었다면, 처음 빌릴 때의 가격만으로 계산해도 될까. 민법 제604조는 차주가 차용물과 같은 종류 · 품질 · 수량의 물건을 반환할 수 없을 때에는 그때의 시가로 상환하도록 한다. 여기서는 돈을 빌린 경우가 아닌 물건의 소비대차를 다룬다.

가상의 사례로 이웃에게 특정 품종과 등급의 쌀을 빌려 소비한 뒤 같은 조건과 수량으로 갚기로 했다. 반환할 때 그 물건을 구할 수 없게 되었다고 주장하며 차주가 예전 매입 가격만 보내겠다고 하자. 먼저 반환하기로 한 종류와 품질, 수량이 무엇인지, 실제로 그 조건의 물건을 반환할 수 없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빌렸던 바로 그 쌀을 이미 먹었다는 사실만으로 반환불능이라고 할 수는 없다. 소비하고 같은 조건의 물건으로 갚기로 한 거래이기 때문이다.

반환불능에 해당한다면 조문은 그때의 시가를 기준으로 정한다. 빌린 날 가격이나 차주가 임의로 고른 값이 곧 상환액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가격이 올랐거나 구입이 불편해졌다는 이유만으로 이 요건을 충족한다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이 조문에는 민법 제376조와 제377조 제2항의 경우를 제외한다는 단서가 있다. 강제통용력을 잃은 통화에 관한 특칙이므로 이 쌀 사례를 화폐의 교환 문제와 섞지 않는다.

대여 당시의 문자와 거래 명세는 어떤 품종 · 등급 · 수량을 갚기로 했는지 확인하는 자료다. 공급처의 회신과 확보 경과는 반환할 수 없다는 주장의 구체적 이유를, 해당 시점의 거래 자료는 같은 조건 물건의 시가를 확인하는 데 쓰인다. 다른 등급의 쌀 가격표만으로 계산하면 약정한 품질과 맞지 않을 수 있다. 먼저 같은 물건을 반환할 의무의 내용과 반환불능 여부를 정리하고, 그 요건에 해당할 때 어느 시점의 어떤 거래 가격을 적용했는지 상대방과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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