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용 가상 사례다. 갑이 을에게 과수원을 팔았지만 아직 인도하지 않았다. 을은 계약을 체결했으니 그 뒤 생긴 과실은 자기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갑은 인도 후에도 남은 대금에 이자를 붙이고 싶다. 이때는 계약일, 실제 인도일과 대금 지급기한을 구별해야 한다.
민법 제587조 첫 문장은 매매계약 후에도 인도하지 않은 목적물에서 생긴 과실이 매도인에게 속한다고 정한다.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만으로 그 뒤 생긴 과실이 모두 매수인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매매 목적물이 무엇인지와 어느 시점에 실제로 인도되었는지가 판단의 기초다. 여기서 과실은 잘못이라는 뜻이 아니라 물건에서 생기는 수익에 관한 용어다.
같은 조문은 매수인이 목적물을 인도받은 날부터 대금의 이자를 지급하도록 정한다. 따라서 인도 이전 기간과 이후 기간을 하나로 합쳐 같은 근거로 계산하기는 어렵다. 실제 인도 자료로 그 기준일을 확인해야 한다. 대금 일부를 지급했다면 지급 경과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다만 조문 단서는 대금 지급에 기한이 있으면 그렇지 않다고 정한다. 위 사례에서 인도일보다 뒤의 날짜를 지급기한으로 정했다면 그 약정을 생략하고 인도일부터 언제나 대금 이자가 생긴다고 설명할 수 없다. 인도받았다는 사실과 약정한 지급기한을 각각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지급기한을 넘긴 뒤의 지연손해금 문제도 이 조문의 대금 이자와 구분해야 한다.
확인 자료는 매매계약서와 특약, 인도 확인서, 지급 내역 및 과실 발생 자료다. 계약서는 목적물과 지급기한을, 인도 자료는 과실과 이자를 가르는 기준 시점을, 지급 자료는 미지급 대금을 확인한다. 수확이나 수익 자료는 어떤 과실이 어느 기간에 발생했는지 대조하는 데 쓴다.
이 글은 매매가 유효하게 존속하는 상황에서 제587조의 기준을 살펴본 것이다. 매매가 무효여서 서로 돌려주어야 하는 돈의 이자와는 근거가 다르다. 당사자의 별도 약정도 함께 읽은 뒤 실제 인도와 지급기한에 맞춰 정산 범위를 판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