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용 가상 사례다. 갑이 을에게 물건을 팔면서 계약서에 담보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특약을 넣었다. 이후 을은 갑이 계약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말하지 않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갑은 면책 조항이 있으니 더 볼 필요가 없다고 답한다. 그러나 민법은 담보책임을 면제하는 특약에도 일정한 한계를 정하고 있다.
민법 제584조는 매도인이 앞선 조문들에 따른 담보책임을 면하는 특약을 했더라도, 매도인이 알고 고지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는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정한다. 단지 특약의 존재만 확인하는 데서 끝내지 않고 갑이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 을에게 무엇을 설명했는지를 따져야 하는 이유다.
을의 뒤늦은 발견만으로 갑의 사전 인지를 단정할 수는 없다. 면책 특약이 있어도 인지와 고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문제의 발생 시점과 갑의 점검 또는 수리 경과, 계약 전 설명을 자료에 따라 나누어 확인해야 한다.
같은 조문은 매도인이 제삼자에게 권리를 설정하거나 양도한 행위에 대해서도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정한다. 물건의 정보와 제삼자에게 준 권리는 각각 검토해야 한다. 제삼자가 권리를 주장한다면 언제 누구의 행위로 무엇이 설정되거나 양도되었는지 계약 및 권리 자료를 대조할 필요가 있다.
준비할 자료는 원래 매매계약과 면책 특약, 계약 전 점검 · 수리 자료, 설명서와 협의 메시지, 제삼자의 권리 관련 문서다. 계약서는 면제하기로 한 책임의 범위를, 점검과 수리 자료는 매도인의 인지에 관한 사정을, 설명 자료는 실제 고지 내용을 증명한다. 제삼자 문서는 권리의 내용과 설정 또는 양도의 주체 및 시점을 확인하는 데 쓴다.
제584조의 한계에 해당한다는 판단과 어떤 청구를 얼마만큼 할 수 있는지는 구별해야 한다. 실제 문제에 맞는 담보책임의 요건과 기간, 손해 등은 함께 검토할 사항이다. 을은 특약이 있다는 이유로 청구를 포기하기보다 어떤 사실이 숨겨졌고 어떤 권리 행위가 있었는지를 특정하여 그 책임을 따질 근거를 정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