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임받은 계약을 다른 대리인에게 맡겨도 될까

설명용 가상 사례다. 갑이 자기 계약 체결을 을에게 위임했는데, 을이 바쁘다며 병에게 대신 서명하도록 맡겼다. 거래 상대방은 을의 위임장만 보고 병과 계약해도 되는지 고민한다. 이때는 본인이 을에게 준 권한과, 을이 다시 병을 선임할 수 있는 권한을 나누어 보아야 한다.

민법 제120조는 법률행위로 대리권을 받은 임의대리인의 복임권을 제한한다. 본인의 승낙이 있거나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때가 아니면 복대리인을 선임하지 못한다. 을이 갑의 대리인이라는 사실만으로 병을 자유롭게 선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위임장에 재위임을 허용한 내용이 있는지, 별도의 승낙이 있었는지가 우선 확인할 사항이다.

승낙 없이 부득이한 사유를 근거로 삼는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이 일을 대신 맡길 수밖에 없는 사정이었는지도 드러나야 한다. 단순히 일이 많다는 말만 듣고 그 요건이 충족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또한 민법 제123조에 따르면 복대리인은 그 권한 안에서 본인을 대리하고 본인이나 제삼자에 대해 대리인과 같은 권리의무를 가진다. 병이 대리하는 주체는 을 개인이 아니라 갑이다.

복대리인을 적법하게 선임했더라도 책임이 모두 끝나지는 않는다. 민법 제121조 제1항은 본인에 대한 선임 · 감독 책임을 정한다. 다만 갑이 병을 지명하여 선임한 경우에는 제2항의 별도 기준이 적용된다. 을이 병의 부적임이나 불성실함을 알고도 갑에 대한 통지나 해임을 게을리한 경우인지가 책임 판단에 관계된다. 본인의 지명과 단순한 선임 승낙은 구별할 필요가 있다.

확인 자료는 최초 위임장, 복대리인 선임 문서, 갑의 승낙이나 지명을 보여 주는 메시지, 병이 체결하려는 계약서다. 각각 원래 대리권, 다시 맡긴 권한, 본인의 관여 방식과 실제 행위 범위를 설명한다. 부득이한 사유를 주장한다면 그 당시의 사정 자료도 필요하다. 상대방이 서명을 받기 전에 이 연결을 확인하면, 권한이 없는 사람과 계약한 뒤 효력을 다투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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