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한 채를 지정한 특정유증에서 수증자가 승인이나 포기를 정하지 않은 채 사망했다면, 그 재산은 무조건 유언자의 상속인에게 돌아간다고 단정할 수 없다. 민법 제1076조는 수증자가 승인이나 포기 없이 사망한 때 그 상속인이 상속분의 한도에서 승인 또는 포기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유언자가 유언으로 다른 의사를 표시했다면 그 의사를 따른다.
먼저 사망 순서를 확인해야 한다. 유언자가 숨지기 전에 수증자가 먼저 사망한 경우에는 민법 제1089조에 따른 유증의 효력 문제가 생긴다. 반면 유언자가 먼저 사망해 유증의 효력이 생긴 뒤, 수증자가 선택하지 못하고 사망한 경우가 이번 질문이다. 두 사람 모두 사망했다는 결과만 놓고 같은 규정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
가령 집 한 채를 특정한 유언의 효력이 생긴 뒤, 수증자가 아무런 선택 없이 사망하고 그에게 자녀 둘이 남았다고 가정해 보자. 자녀들은 자신에게 해당하는 상속분의 한도에서 승인이나 포기를 검토한다. 한 사람이 유증 전부를 혼자 선택할 수 있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 각자의 선택 범위를 확인하려면 수증자의 상속관계부터 정리해야 한다.
유언자의 별도 의사도 빠뜨릴 수 없다. 유증받을 사람이 사망했을 때 다른 사람에게 주겠다는 문구가 있는지, 그 문구가 어느 시점의 사망을 가리키는지 확인한다. 제1076조의 원칙만 읽고 유언서에 있는 대체 수증자나 별도 처리 문구를 지워서는 안 된다. 문구의 실제 효력은 유언 전체와 함께 살필 문제다.
필요한 자료는 유언자와 수증자의 사망일, 유언서 전체, 수증자의 상속인을 확인하는 가족관계 자료, 생전에 이미 승인 또는 포기했는지 보여 주는 자료다. 특히 선택을 마친 뒤 사망했다면 선택하지 않은 상태를 전제로 하는 이 조문의 질문과 달라진다. 누가 먼저 숨졌고 어디까지 의사표시했는지를 정리해야 다음 사람이 행사할 수 있는 권리도 가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