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인 보수, 약속만 해 두면 받을까

회사를 세우는 일을 맡은 발기인에게 보수를 주기로 했다면, 당사자끼리 약속했다는 사실만 확인해서는 부족하다. 상법 제290조 제4호는 회사가 부담할 설립비용과 발기인이 받을 보수액을 정관에 적어야 효력이 있다고 정한다. 설립 준비의 대가를 회사에서 지급하려면 정관에 어떻게 반영돼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가상의 사례로, 두 발기인이 한 사람에게 설립 준비를 맡기고 회사가 생긴 뒤 수고비를 주기로 했다고 하자. 그 사람이 설립 후 이사도 맡는다고 해서 준비 단계의 보수가 자동으로 이사 보수로 바뀌지는 않는다. 어떤 일을 한 대가인지, 누가 부담하기로 했는지를 먼저 구별해야 적용할 근거를 놓치지 않는다.

확인할 자료는 발기인 사이의 보수 약정서, 설립 준비 업무 내역, 비용 지출명세, 정관이다. 약정서와 업무 내역은 지급하려는 돈이 발기인 보수인지 확인하는 데 쓰이고, 지출명세는 별도로 회사에 부담시키려는 설립비용이 있는지 보여 준다. 정관에서는 그 보수액과 회사 부담 비용이 어떻게 기재돼 있는지를 대조한다.

발기인이 먼저 지출한 돈을 모두 수고비로 묶거나, 반대로 설립 준비의 대가를 전부 실비라고 적으면 성격을 가리기 어렵다. 회사가 부담할 비용과 발기인 개인에게 주는 보수를 나누어 정리하고, 정관 문구가 실제 약정과 맞는지 확인한다. 송금 내역은 돈이 나갔다는 자료일 뿐, 필요한 정관 기재를 대신하지 않는다.

이 문제는 설립 뒤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의 직무 대가를 정하는 문제와 구별해야 한다. 설립 준비에 대한 발기인 보수를 지급하려는 것이라면, 나중에 대표가 결재했다는 사정만으로 정관 기재 확인을 건너뛸 수 없다. 지급 전에 정관과 약정의 금액 · 지급 성격을 맞추고, 이미 지급했다면 어느 문서와 어떤 근거로 회사 돈을 지급했는지부터 정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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