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비용을 마련하기 어려워 소송구조를 신청하려는 사람이 있다. 승인이 나면 앞으로 재판과 집행에 드는 비용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될까. 소송구조는 비용 전부를 일괄 면제하는 제도라고 단순화할 수 없다. 어떤 요건으로 어떤 비용에 구조가 정해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128조는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금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신청 또는 직권으로 소송구조를 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패소할 것이 분명한 경우는 제외하며 신청인은 구조 사유를 소명해야 한다. 신청은 소송기록을 보관하는 법원이 재판하므로 자금 사정과 사건 상태를 함께 정리할 필요가 있다.
민사소송법 제129조 제1항은 재판비용 납입유예, 변호사 · 집행관 보수와 체당금 지급유예, 소송비용 담보면제 등을 정한다. 대법원규칙이 정하는 그 밖의 비용의 유예나 면제도 포함된다. 법원은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중 일부에 대해서만 구조할 수 있다. 유예와 면제를 같은 말로 읽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가상의 상황이다. 생활 형편이 어려운 당사자가 법원 비용 납입에 관한 구조결정을 받았다. 그 결정만으로 모든 대리인 보수나 이후 강제집행 비용까지 당연히 없어졌다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결정문에서 대상 비용과 범위를 먼저 확인하고, 지출이 필요한 단계와 어떤 관계인지 대조해야 한다.
준비할 것은 자금능력을 보여 주는 자료, 사건의 청구와 방어 내용, 현재 기록이 있는 법원 및 구조결정이다. 비용이 없다는 말만 적기보다 어떤 비용을 지출하기 어렵고 어떤 구조가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정리한다. 보수 지급유예의 경우 보수를 받지 못한 변호사나 집행관에게 국고가 상당액을 지급하는 규정도 있지만, 이를 당사자 비용이 전부 소멸한다는 뜻으로 확장하지 않는다. 소송구조로 당장의 절차 접근을 돕는 범위와 최종 비용 문제를 나누어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