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이 계약서의 서명을 자기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계약 내용이 자세하니 진짜다”라는 설명만으로는 쟁점에 맞지 않는다. 그 문서가 표시된 작성자의 의사에 따라 만들어졌는지가 먼저 문제 된다. 계약서에 무슨 내용이 적혀 있는지와 누가 그 문서를 작성했는지를 나누어 설명해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357조는 사문서가 진정한 것임을 증명하도록 한다. 서명이 다투어지는 계약서를 증거로 쓰려는 쪽은 체결 당시 원본, 서명 장면을 아는 사람, 계약서를 주고받은 이메일 등 작성 경위를 보여 주는 자료를 살필 필요가 있다. 같은 이름이 적혀 있다는 사실과 실제 그 사람이 작성에 관여했다는 사실은 증명의 대상이 다르다.
문서를 다투는 쪽도 “전부 부인한다”는 말로 사유를 흐려서는 안 된다. 민사소송규칙 제116조는 진정성립을 부인할 때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도록 한다. 서명을 한 적이 없는지, 서명한 뒤 본문이 바뀌었다는 것인지에 따라 서로 확인할 자료가 달라진다. 후자의 경우라면 서명 당시 파일과 제출된 계약서의 조항 차이가 핵심이 된다.
작성 경위가 확인되더라도 계약서에 적힌 모든 사실이 그대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민사소송법 제202조에 따라 법원은 변론 전체와 증거조사 결과를 참작해 사실주장의 진실 여부를 판단한다. 계약서가 진짜라고 인정하면서도 이후 대금을 지급했거나 별도로 계약을 변경했다고 다투는 경우에는 지급 · 변경에 관한 자료를 따로 살펴야 한다.
따라서 증거목록에는 계약서 원본의 보관자와 취득 경위, 상대방이 부인하는 부분을 구별해 적는다. 이메일 첨부본이라면 발신일과 첨부파일의 내용이 현재 제출본과 같은지도 대조한다. 작성 사실을 다투는 답변과 작성 뒤 이행을 다투는 답변을 분리하면, 서명 문제를 해결하고도 남아 있는 분쟁이 무엇인지 드러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