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계약서, 번역할 부분만 잘라도 될까

외국어 계약서의 대금 지급 조항이 유리하다고 해서 그 부분만 번역해 내면, 다른 조항의 조건이나 예외가 빠질 수 있다. 법원에 무엇을 증명하려는 문서인지 설명하려면 원문과 번역문의 대응 관계가 보여야 한다. 지급 문장만 읽었을 때와 계약 전체를 읽었을 때 뜻이 달라지는지부터 점검한다.

민사소송법 제277조는 외국어로 작성된 문서에 번역문을 붙이도록 한다. 원문을 제출하고 법원이 알아서 번역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번역문에는 원문의 쪽과 조항 번호를 맞추고, 정의된 용어는 같은 뜻으로 옮기는 것이 좋다. 같은 단어를 어떤 곳에서는 계약 해제, 다른 곳에서는 단순 종료로 옮기면 법률효과에 관한 다툼까지 흐릴 수 있다.

원문을 일부만 낼 수 있는지도 별개의 문제다. 민사소송규칙 제105조 제4항은 문서 일부를 증거로 하더라도 전부 제출하도록 하면서, 사본은 재판장의 허가를 받아 원용할 부분의 초본만 제출할 수 있게 한다. 필요한 부분만 임의로 잘라 낸 사본과 허가받은 초본을 같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본문에 납품 뒤 지급한다고 적혀 있지만 별지에서 검수 완료를 지급 조건으로 정했다면, 본문 문장만 번역한 자료로는 지급 시점을 설명하기 어렵다. 서명된 원본에 별지가 포함돼 있는지, 본문이 어떤 별지를 참조하는지 확인하고 해당 부분도 번역문과 연결한다. 이 예시는 특정 계약의 해석을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 누락을 찾는 대조 방법이다.

제출 전에는 문서 제목 · 작성일 · 작성자를 특정하고, 원문의 조항과 번역문을 나란히 대조한다. 당사자 이름, 부정 표현, 기한, 예외 조항은 뜻이 바뀌기 쉬운 항목이다. 번역에 이견이 있다면 틀렸다는 말에 그치지 말고 원문 문구와 자신의 번역, 그 차이가 현재 청구에 미치는 이유를 함께 적어야 판단할 지점이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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