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사례다. 채무자가 추심 집행을 일시정지하는 결정을 받아 법원에 제출했지만 통장에는 여전히 압류 표시가 남아 있다. 정지됐으니 압류도 즉시 풀려 돈을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집행을 멈추는 효과와 이미 한 압류를 없애는 효과는 구별된다.
민사집행법 제49조는 정지나 제한을 하도록 하는 서류를 정한다. 일시정지를 명한 재판의 정본은 제2호에 해당한다. 결정을 받았다는 사실에 더해 해당 강제집행 절차에 그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집행 사건번호와 진행기관을 확인하지 않고 별도 소송 법원에만 자료를 낸 것으로 처리됐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제50조 제1항은 제49조 제2호와 제4호 서류가 제출된 경우 이미 실시한 집행처분을 일시적으로 유지하도록 한다. 반면 제1호 · 제3호 · 제5호 · 제6호는 취소 대상으로 구분한다. 문서 제목에 정지나 취소라는 말이 비슷하게 쓰여 있어도 실제 주문과 해당 법정 서류의 종류를 살펴야 한다.
추심명령 뒤 일시정지 재판 등이 제출되면 민사집행규칙 제161조에 따른 통지도 이루어진다. 법원사무관 등은 압류채권자와 제3채무자에게 서류 제출 사실과 요지, 정지 효력이 사라지기 전에는 추심하거나 지급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를 알려야 한다.
따라서 정지 중 은행이 채권자에게 지급하지 않는 것과 채무자가 예금을 자유롭게 찾는 것은 같은 결과가 아니다. 기존 압류가 유지되는 유형이라면 통장의 제한이 남을 수 있다. 정지결정을 은행에 보여 줬다는 사실만으로 취소 · 해제 통지까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재판서를 받으면 주문, 담보 조건, 정지 대상 사건, 제출한 기관과 접수 내역을 확인한다. 이어 해당 사건에서 제3채무자에게 어떤 통지를 했는지도 확인한다. 압류가 계속 표시된다는 이유만으로 정지결정이 무효라고 단정하거나, 정지됐다는 이유만으로 인출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전에 현재 유지되는 처분부터 구별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