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이 글의 요약
2025년 7월 22일 상법 제382조의3이 전문개정됐다. 제1항의 의무 상대방에 ‘주주’가 들어갔고, 총주주의 이익 보호와 전체 주주의 공평 대우를 정한 제2항이 신설됐다.
학계는 「확인적 개정설」과 「변경적 개정설」로 갈려 있다. 시행 1년이 지난 2026년 8월 현재, 이 조항을 정면으로 다룬 본안 판결은 확인되지 않는다.
상장 · 비상장을 가리지 않고 모든 주식회사에 적용된다. 다만 실제로 문제되는 것은 특정 주주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갈리는 거래다.
이사는 누구를 위해 일해야 하는가. 1998년 신설된 뒤 27년간 한 번도 손대지 않았던 상법 제382조의3이 2025년 7월 22일 전문개정되면서, 이 질문의 답이 조문 수준에서 바뀌었다.
개정 전 조항은 이사가 회사를 위하여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라고만 정하고 있었다. 회사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이 같은 방향일 때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합병 비율의 산정,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자기주식의 처분, 신주의 저가 발행처럼 양자가 갈리는 자본거래에서는 사정이 달랐다. 절차를 모두 지킨 거래에서 일반주주의 몫이 줄어들더라도, 그 결과 자체를 회사법 안에서 다툴 근거 규정이 마땅치 않았다.
이 글은 개정 조문이 실제로 무엇을 요구하는지, 그리고 비상장 중소법인 · 가족법인의 이사회가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를 정리한다.
입법 배경과 책임 기준, 개정 뒤 주가 반응을 나누어 보고 핵심만 쇼츠로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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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엇이 바뀌었나
| 구분 | 개정 전 (1998 ~ 2025.7.21) | 개정 후 (2025.7.22 ~) |
|---|---|---|
| 표제 | 이사의 충실의무 | 이사의 충실의무 등 |
| 제1항 |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 |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 및 주주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 |
| 제2항 | (없음) | 이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여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여야 한다. |
흔히 「‘및 주주’ 세 글자가 늘었다」로 소개되지만, 조문의 무게는 제2항 신설에 있다. 제1항이 의무의 상대방을 넓힌 선언이라면, 제2항은 이사가 직무를 수행할 때 지켜야 할 두 가지 행위 기준을 새로 세운 것이다.
- 총주주 이익 보호의무 — 이사가 직무를 수행하면서 주주 전체의 이익을 보호할 의무
- 전체 주주 공평 대우의무 — 정당한 이유 없이 특정 주주를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지 않을 의무
법제처에 공개된 개정이유도 같은 취지다. 종래 조항이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규정하지 않고 있었으므로 이를 명문화하여, 이사가 회사뿐 아니라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를 공평하게 대우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조문에는 ‘비례적’이라는 표현이 없다. 개정 논의 과정에서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라는 문구가 오갔지만 최종 조문에는 담기지 않았고, 그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가 지금 해석론의 쟁점이다. 따라서 이 조항을 「지분율대로 정확히 나누라는 규정」으로 읽는 것은 앞서 나간 해석이다.
또한 제2항은 종래의 주주평등 원칙(상법 제369조 · 제418조 · 제464조 등)과 층이 다르다. 주주평등 원칙이 회사 행위 자체의 효력을 문제 삼는 규정이라면, 제2항은 이사 개인의 행위 기준이다. 영국 회사법 제172조에도 이와 비슷한 문제의식이 보이지만, 우리 입법자가 특정 국가의 모델을 채택했다고 볼 만한 공식 입법자료는 확인되지 않는다.
2. 언제부터, 어디까지 적용되나
개정 상법은 2025년 7월 22일 법률 제20991호로 공포됐고, 제382조의3은 공포일에 곧바로 시행됐다. 같은 개정법률에 담긴 다른 제도(독립이사 · 감사위원 선임 관련 규정 · 전자주주총회 등)가 1년 안팎의 유예를 둔 것과 달리, 충실의무 조항에는 유예가 없었다.
적용 범위는 회사편 일반 조문이므로 상장 · 비상장을 가리지 않는다. 다만 실제로 작동하는 강도는 회사 구조에 따라 다르다.
- 상장회사 — 합병 · 분할 · 자기주식 처분 · 신주 발행처럼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가 갈릴 수 있는 결의에서 가장 무겁게 작동한다.
- 비상장 가족법인 — 주주 사이에 이해가 갈리는 결의, 특히 배당의 차등 지급 · 신주의 저가 발행 · 자기주식의 특정인 처분에서 문제된다.
- 1인 법인 — 조문은 그대로 적용된다. 다만 「총주주」가 곧 자기 자신이고 공평 대우를 따질 상대가 없어, 실제로 다툼이 생길 여지가 거의 없을 뿐이다.
3. 해석론은 아직 갈려 있다
시행 1년이 지난 2026년 8월 현재, 개정 조항을 정면으로 다룬 본안 판결은 확인되지 않는다. 학계의 해석도 두 갈래로 나뉘어 있다.
- 확인적 개정설 — 기존 법리에 이미 들어 있던 내용을 명문화한 것이고, 충실의무의 상대방은 여전히 회사라는 입장이다. 이사는 회사와의 위임관계에 근거해 직무를 수행하고 보수도 회사가 지급한다는 점을 든다.
- 변경적 개정설 — 입법자가 주주 보호를 확대할 의사로 조문을 바꾼 것이므로 의무의 실질이 확장됐다는 입장이다. 확인적으로만 읽으면 개정의 효과가 사라진다고 본다.
어느 쪽을 다수설로 단정하기에는 아직 자료가 부족하다. 판례가 쌓여 방향이 잡히는 시점 역시 지금으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4. 첫 사법 판단과 그 이후 — 태광산업 교환사채 사건
개정 조항이 법원에서 처음 다뤄진 것은 트러스톤자산운용과 태광산업 사이의 가처분 사건이다. 경과는 다음과 같다.
- 2025년 6월 27일 — 태광산업이 보유 자기주식 전량(24.41%)을 교환 대상으로 하는 약 3,186억 원 규모의 교환사채(EB) 발행과 자기주식 처분을 공시했다.
- 2025년 6월 30일 — 2대 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지분 5.95%)이 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청구 근거에 개정 상법 제382조의3이 포함됐다.
- 2025년 9월 10일 —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가 가처분을 기각했다(2025카합21210). 피보전권리를 인정하기 어렵고, 이 발행 결정이 특정 주주만을 위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 2025년 11월 24일 — 태광산업이 교환사채 발행과 자기주식 처분 결정을 전면 철회했다. 주주를 비롯한 이해관계자의 의견과 정책 방향을 감안했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트러스톤은 가처분 신청을 취하했다.
이 사건에서 읽을 것은 두 가지다. 첫째, 법원은 개정 조항만으로 개별 주주가 곧바로 회사의 행위를 막을 수 있다고 보는 데 신중했다. 둘째, 그럼에도 회사는 결국 거래를 스스로 접었다. 가처분에서 이기는 것과 거래를 끝까지 성사시키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뜻이다. 이해가 갈리는 자본거래에서 개정 조항은 소송의 승패보다 먼저 거래의 추진 가능성에 영향을 준다.
5. 위반하면 어떻게 되나
제382조의3은 이사가 지켜야 할 행위 기준이다. 이를 어겼을 때의 구제수단과 책임은 각 조문의 요건을 따로 충족해야 하며, 개정으로 새로 생긴 청구권은 없다.
| 조문 | 청구 주체 | 핵심 요건 | 개정의 영향 |
|---|---|---|---|
| 제399조 (회사에 대한 책임) | 회사 | 임무해태 + 손해 | 충실의무 위반이 「임무해태」로 평가되는지가 쟁점 |
| 제401조 (제3자에 대한 책임) | 주주 (제3자) | 고의 · 중과실 + 직접손해 | 직접손해 입증 부담은 그대로. 주가 하락 등 간접손해는 원칙적으로 제외 |
| 제402조 (위법행위유지청구) | 1% 이상 주주 또는 감사 | 회복할 수 없는 손해 우려 + 사전 행사 | 제도와 요건은 종전과 같음 |
| 제403조 (주주대표소송) | 1% 이상 주주 (상장사 0.01% · 6개월) | 제소청구 후 회사의 30일 내 부작위 | 제도와 요건은 종전과 같음 |
| 제622조 (특별배임죄) | 검사 | 임무위배 + 재산상 이익 · 회사의 손해 | 학계 다수설 · 판례 모두 종전 입장 유지 |
제403조와 관련해 자주 인용되는 판결이 대법원 2025년 6월 12일 선고 2024다216743 판결이다. 다만 이 판결을 「30일 요건이 완화됐다」로 읽어서는 안 된다. 제소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대표소송이 제기됐더라도, 회사가 소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시적으로 밝히는 등 제소청구에 응하지 않으리라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그 하자가 치유된다고 본 판결이다. 요건 자체는 그대로 있고,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절차의 흠이 메워진다는 것이다.
형사책임에 관해서는 오해가 많다. 개정 조항만으로 이사가 「주주의 재산을 관리하는 자」가 되어 배임죄의 피해자 범위가 주주에게까지 넓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다수의 견해다. 「상법이 바뀌어 이사가 배임죄로 처벌받기 쉬워졌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
6. 비상장 · 가족법인이 실제로 할 일
비상장 중소법인 자문에서 이 조항이 작동하는 지점은 생각보다 좁다.
1인 법인은 조문상 적용은 되지만 공평 대우를 따질 상대가 없다. 다만 자녀에게 주식을 증여하거나 배우자 명의로 일부를 옮기거나 동업자를 들여 주주가 둘 이상이 되는 시점부터는 사정이 달라진다. 그때부터 배당의 차등 지급, 신주의 저가 발행, 자기주식의 특정인 처분 같은 결의가 다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가족법인에서 위험한 것은 이사회를 거치는 모든 거래가 아니라, 특정 주주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갈리는 거래다. 부모와 자녀, 형제자매, 재혼 가정처럼 주주 사이에 이해가 엇갈릴 소지가 있다면, 그런 거래에서 판단의 근거를 남겨 두어야 한다.
여기서 흔한 오해를 하나 짚는다. 이사회 의사록은 면책 장치가 아니다. 의사록이 있다고 해서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다. 의사록은 이사가 무엇을 검토했고 그 판단이 합리적이었는지를 뒷받침하는 자료일 뿐이다. 그래서 「결의했다」는 한 줄보다 다음이 남아 있어야 한다.
- 그 거래를 하려는 목적
- 검토한 다른 방안과 이를 택하지 않은 이유
- 가격 · 비율 · 배정의 산정 근거
- 주주별로 어떤 영향이 생기는지
- 반대 의견이 있었다면 그 내용
마치며
2025년 개정은 이사가 회사만이 아니라 주주를 위해 직무를 수행하고,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며 전체 주주를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기준을 명문으로 세웠다. 그러나 이 문구만으로 개별 주주에게 새로운 청구권이 생기거나 대표소송 · 배임죄의 기존 요건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실무의 핵심은 단순하다. 이해가 갈리는 거래에서 목적 · 대안 · 산정 근거 · 주주별 영향 · 반대 의견을 검토하고 기록하는 것이다. 조항의 실효 범위는 앞으로 판례가 쌓이면서 정해질 사안이지만, 이 기록을 남기는 실무는 해석론의 결론과 무관하게 유효하다.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의 등기 실무에 대해서는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와 변경등기에서 다룬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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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개정된 이사 충실의무는 비상장사에도 적용되나요?
적용됩니다. 상법 제382조의3은 회사편 일반 조문이므로 상장 · 비상장을 가리지 않고 모든 주식회사에 적용됩니다. 다만 실제로 작동하는 강도는 다릅니다. 상장회사는 합병 · 분할 · 자기주식 처분 등에서 가장 무겁게 작동하고, 비상장 가족법인은 주주 사이에 이해가 갈리는 결의에서 문제됩니다.
Q. 1인 법인 이사도 새 의무를 따라야 하나요?
조문은 1인 법인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다만 「총주주」가 곧 자기 자신이고 공평 대우를 따질 상대가 없어 실제로 다툼이 생길 여지가 거의 없을 뿐입니다. 자녀에게 주식을 증여하거나 배우자 명의로 일부를 옮기거나 동업자를 영입해 주주가 둘 이상이 되면, 배당의 차등 지급이나 신주의 저가 발행 같은 결의가 다툼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Q. 충실의무 위반 시 형사처벌이 가능한가요?
개정 조항만으로 이사가 「주주의 재산을 관리하는 자」로 평가되어 배임죄의 피해자 범위가 주주에게까지 넓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다수의 견해입니다. 따라서 「상법이 바뀌어 이사가 배임죄로 처벌받기 쉬워졌다」는 우려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특별배임죄는 회사의 손해를 요건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Q. 주주는 어떤 방법으로 이사의 책임을 물을 수 있나요?
상법이 정한 경로는 개정 전후가 같습니다. 회사가 이사를 추궁하는 제399조, 주주가 제3자 지위에서 직접손해를 입증해 추궁하는 제401조, 1% 이상 주주나 감사가 사전에 행사하는 제402조(위법행위유지청구), 1% 이상 주주가 회사를 위해 제기하는 제403조(주주대표소송), 그리고 특별배임죄입니다. 개정으로 새로 생긴 청구권은 없고, 각 조문의 요건은 그대로 충족해야 합니다.
Q. 가족법인이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요?
이사회를 거치는 모든 거래가 아니라, 특정 주주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갈리는 거래가 핵심입니다. 배당의 차등 지급, 신주의 저가 발행, 자기주식의 특정인 처분이 대표적입니다. 이때 이사회 의사록은 면책 장치가 아니라 판단의 합리성을 뒷받침하는 자료이므로, 거래의 목적과 검토한 다른 방안, 가격 · 비율의 산정 근거, 주주별로 생기는 영향, 반대 의견을 함께 남겨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문가 상담이 필요하신가요?
이 글에서 다룬 이사 충실의무 개정과 비상장 중소법인 자문에 대해 구체적인 사안 검토가 필요하시면, 법무사가 정확한 법률 검토를 도와드립니다. 각 사안의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적용 법리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개별 상담을 권해 드립니다.
법무사 김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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