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치료비 사용에 동의했던 자녀가 사망 뒤 상속포기를 취소하려 한다. 다른 가족은 앞선 동의와 모순된다며 금반언을 주장한다. 과거 돈의 사용에 동의했다는 사실만으로 착오에 따른 포기 취소까지 막을 수 있을까.
창원지방법원은 2019년 6월 13일 선고한 2017가합54084 · 2018가합52177 판결에서 이 문제를 따로 판단했다. 고인의 자녀들은 조부의 집을 정리하는 데 포기가 필요하다는 설명을 듣고 신고했다가, 고인을 위해 보관되던 돈이 남아 있다는 사실과 관련해 포기를 취소했다.
취소를 다투는 쪽은 자녀들이 고인의 개호와 치료를 맡지 않는 대신 손해배상금을 포기하기로 했으므로, 이제 상속권을 주장하는 것은 금반언이라고 했다. 법원은 모순되는 선행 · 후행행위뿐 아니라 선행행위로 생긴 보호할 가치가 있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앞선 행위가 있다는 말만으로 뒤의 권리 행사를 모두 막는 것은 아니었다.
법원은 당시 자녀들이 고인과 떨어져 살았고, 고인의 형제자매가 돈을 보관하며 치료비나 개호비로 쓰는 데 동의했을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고인이 사망한 뒤 돈이 남아도 상속인으로서의 권리를 포기할 의사까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생전 사용동의의 대상과 사망 뒤 남은 권리에 관한 의사를 나눈 것이다.
법원은 제출된 증거만으로 착오에 따른 포기 취소가 상대방의 신의를 부당하게 해치는 권리 행사라고 보기 어렵다며 항변을 배척했다. 그렇다고 가족 사이의 모든 선행행위나 신뢰가 무의미하다는 판결은 아니다. 민법 제109조의 착오 요건과 민법 제1024조 제2항의 취소기간을 충족하는 문제도 따로 남는다.
당시 돈을 누가 관리했고 어떤 사용에 동의했는지, 사망 뒤 남은 재산까지 포기하기로 했다는 자료가 있는지를 나누어 보자. 수리된 포기의 취소를 다룬 하급심 사안이다. 항소심의 이유와 확정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같은 가족관계라는 이유만으로 취소 결과를 예측해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