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포기하면 고인에게 진 내 빚도 없어질까

고인에게 돈을 빌렸던 자녀가 상속을 포기하려 한다. 받을 사람의 재산을 상속했으니 빚이 없어졌다고 생각하거나, 고인의 빚을 승계하지 않으니 자기 차용금도 갚지 않아도 된다고 오해할 수 있다. 상속받는 채무와 고인에게 본인이 부담하던 채무를 구별해야 한다.

민법 제507조는 채권과 채무가 동일한 주체에 귀속하면 채권이 소멸한다고 정한다. 이를 혼동이라고 한다. 다만 그 채권이 제3자의 권리의 목적일 때에는 소멸하지 않는다는 단서가 있다. 같은 가족 사이의 돈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느 범위의 채권과 채무가 한 사람에게 모였는지 확인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상속포기를 했다면 그 소급효도 함께 살핀다. 민법 제1042조는 포기가 상속개시 때로 소급해 효력이 있다고 정한다. 『주석 민법 상속』 제6판의 해당 해설은 혼동으로 소멸했던 피상속인과 상속인 사이의 재산상 권리 · 의무도 부활한다고 설명한다. 적법한 포기 뒤에도 상속으로 인한 혼동 소멸만을 그대로 주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 아니다.

따라서 고인에게 진 본인의 빚을 검토하면서, 상속포기 심판문만으로 갚을 의무가 사라졌다고 정리해서는 안 된다. 고인의 채권을 누가 이어받는지와 본인이 원래 채무자로 부담하던 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반대 방향으로 고인에게 받을 돈이 있었던 경우도 해설이 말하는 권리 · 의무의 범위에 포함되지만, 각 금액과 채권의 존재가 이 설명으로 확정되지는 않는다.

전제는 상속으로 인한 혼동이다. 원래 채무가 실제 있었는지, 이미 변제로 정리됐는지와 어느 범위의 권리가 귀속됐는지는 별도로 살필 일이다. 포기하면 과거에 끝난 모든 채무가 새로 생긴다거나, 모든 공동상속관계에서 같은 액수가 한 사람에게 귀속된다고 계산할 수는 없다.

차용 약정과 송금 · 변제 자료, 상속관계 및 포기신고 · 수리 기록을 연결해 보자. 돈을 요구하는 상대방이 고인의 채권을 어떤 근거로 갖게 됐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카카오톡 채널 상담하기
카카오톡 채널 친구추가
링크가 복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