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서명한 서류도 상속포기가 무효일 수 있을까

가족이 내민 서류에 직접 서명했지만, 그것이 상속포기 신고서인 줄은 몰랐다고 한다. 이미 수리심판도 나왔다면 서명한 사실만으로 포기 의사가 있었다고 봐야 할까. 직접 서명했는지와 상속포기라는 행위를 하려는 의사가 있었는지는 나누어 살필 문제다.

민법 제1041조는 기간 안에 가정법원에 포기의 신고를 하도록 정한다. 신고의 형식과 본인의 의사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다른 가족에게 신고 권한을 준 적이 없다는 경우와, 본인이 서명했으나 문서의 성질을 몰랐다는 경우는 사실관계부터 다르다.

주석 민법 상속 제6판의 제1024조 해설은 승인 · 포기의 무효 사유를 설명한다. 신고가 상속인 자신에 의해 이뤄졌더라도, 상속포기 신고서인 줄 모르고 서명 · 날인한 경우처럼 본인의 의사에 기한 것이 아니면 무효라고 본다.

포기한다는 뜻은 알았지만 고인의 빚이나 재산에 관해 잘못 안 경우와도 구별한다. 위 해설은 중대한 과실 없이 재산의 내역을 잘못 안 내용의 중요부분 착오는 민법 제109조의 취소 문제로 따로 설명한다. 포기의 대상이나 그 선택을 한 이유에 대한 착오와, 서명한 문서가 포기 신고라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는 주장을 한데 섞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나중에 서류를 읽지 않았다고 말하기만 하면 무효라는 결론이 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서명한 문서 전체와 첨부서류, 서명을 요청받을 때 들은 설명, 당시 주고받은 연락을 함께 대조해야 한다. 다른 가족이 서류를 준비했다는 사실이나 본인 이름의 서명이 있다는 사실 중 어느 하나만 떼어 판단하지 않는다.

원신고서와 수리심판문을 확보하고, 문서를 건넨 경위와 당시 어떤 내용으로 이해했는지 정리하자. 포기를 알고 한 뒤의 변심인지, 중요한 내용의 착오인지, 포기 신고인 줄 몰랐다는 문제인지에 따라 검토할 사유가 다르다. 서명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본인 의사에 관한 검토까지 포기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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