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승인자가 상속채권자에게 먼저 돈을 지급해 유증받을 사람이 돈을 받지 못했다. 먼저 받은 채권자가 청산이 잘못됐다는 사정도 알았다면, 유증받을 사람은 그 채권자에게 곧바로 구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누구에게 어떤 권리로 돌려달라는 것인지 구별해야 한다.
민법 제1038조 제2항은 일정한 사정을 알고 변제받은 상속채권자나 유증받은 사람에 대한 구상을 정한다. 두 지위가 함께 쓰였어도 모든 미수령자가 모든 수령자에게 구상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수령자의 인식만 보기 전에 청구하는 쪽과 상대방의 지위도 맞춰야 한다.
주석 민법 상속 제6판의 제1038조 해설은 이 방향을 따로 설명한다. 유증받을 사람은 상속채권자가 완전한 변제를 받고 남은 상속재산에서만 변제받을 수 있으므로, 부당변제를 받은 상속채권자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고 본다. 문헌의 설명이며 직접 판결을 소개하는 것은 아니다.
민법 제1036조가 정한 지급 순서가 그 설명의 바탕이다. 상속채권자에게 변제를 마치기 전에는 유증받은 사람에게 변제할 수 없다. 상속인이 지급 절차를 어겼다는 사실과, 유증받을 사람이 선순위의 상속채권자에게 그 지급금을 구상할 수 있다는 결론은 다른 문제다. 상대방이 사정을 알았다는 주장만으로 이런 지위 차이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청구서를 준비할 때에는 상대방이 무엇을 근거로 돈을 받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고인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받은 것인지, 유언으로 정한 이익을 받은 것인지에 따라 이 설명의 대상이 달라진다. 받은 액수와 지급 날짜만 적고 두 지위를 섞으면, 실제로 검토할 구상 상대를 잘못 정할 수 있다.
유언과 채권의 발생 자료, 신고 · 지급 내역, 지급 당시 상대방이 알았던 자료를 함께 대조하자. 위 설명은 제1038조 구상의 청구 방향에 관한 것이다. 한정승인자의 별도 책임이나 다른 법률상 청구까지 모두 없어진다는 뜻이 아니며, 그 경우의 상대방과 성립요건은 해당 원인에 따라 따로 검토해야 한다.
